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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달리 잦았던 비에 고춧가루 가격이 껑충 뛰었다고 하네요
친정에도 1,000주나 심었다던 고추 모종이 탄저병으로 몽땅 고사해버린 탓에
해마다 가져다 먹었던 고춧가루를 다른 곳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마침 이웃에서 태양초 말린 게 여유가 있다고 하셔서
냉큼 사 들고 왔으니 다행이었죠
말린 고추를 들고 집 근처 새로 생긴 방앗간으로 갔습니다
시골 방앗간 출입은 안 해봤으니 약간의 호기심이 있었어요
할머니들이 줄지어 나란히 앉아서 어디서 왔는지, 어디가 아프고, 어느 병원을 다니고 계시는지,
또는 보고 싶은 자식들 이야기를 자랑을 곁들여 늘어놓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불현듯 친정 엄마 생각이 났어요. 아마 우리 엄마도 저렇게 하셨겠죠.
크지는 않았지만 떡쌀과 고춧가루를 빻는 기계와 참기름을 짜는 기계가 몇 대 놓인 아담한 방앗간이
푸근한 시골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어요.
구경하다 보니 순서대로 줄지어 서 있던 커다란 고추 봉지들이 기계 속으로 부어지고,
앞에 계신 부부가 빻아지고 있는 고춧가루를 지켜보고 계셨어요.
고춧가루를 저렇게 많이 쓰시냐고 물었더니 김장할 것과 고추장 만들 것,
또 자식들에게 나눠줄 것도 있어서 저렇게 많다고 하셨는데
아마도 50근은 넘을 것 같았어요
마침내 우리가 들고 간 마른 고추가 기계 속에 넣어지고 다시 내려오기를
몇 번의 과정을 거친 후 고운 고춧가루로 내려졌어요.
태양초라서 빨~간 색이 너무 예뻤어요^^
이른 아침에 만들어 놓은 듯한 따뜻한 떡도 사고,
힘든 노동에 비하면 과히 비싸지 않았던 요금을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열 세근 정도 되는 고춧가루를 소분해서 정리해 두고 아직 남아있는 작년 고춧가루와 함께
올 겨울 김장과 내년 이맘때까지 부족하지 않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제야 마음이 놓였어요.
다음에는 참깨 농사 지은걸 들고 정겨운 사람들의 정과 참기름의 고소함이 넘치는
시골 방앗간을 다시 찾아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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