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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자락에 묻어있는 가을을 마치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듯 어루만지며
세컨 하우스에서 보내는 시간입니다
며칠 새 확연히 달라진 계절의 변화가 낯설고 서글퍼지네요.
가을마당 한편엔
수줍은 소녀의 마음 같은 순백의 구절초와,
작고 여린 노란빛이 뚝뚝 묻어나는 산국,
빨~갛게 물든 입술을 벌여 농염한 모습으로 눈길을 끄는 석류,
늙은 여자의 엉덩이 같이 볼품없이 주름 잡힌 동그란 호박과
살아가려는 몸부림인지 어디서나 칭칭 감고 오르는 유홍초의 애틋함 등등이
지금 제가 보고 있는 모습들입니다.
길 옆 가장자리에 자리한 금목서에도 작고 노란 꽃들이 활짝 피어나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진~한 향을 내뿜고 있습니다.
보통의 꽃들이 그렇듯 생명이 짧은 금목서 향의 스러짐이 아쉬워
이른 아침에 더욱 짙어지는 향을 한 움큼 모아 모아 책상 서랍 안에 넣어두고
내년 이맘때쯤 다시 활짝 핀 금목서 향을 만날 때까지
아껴가며 조금씩 꺼내며 마음에 활기를 불어주며 살면 좋을 것 같아요
바람이 세찬 10월의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부턴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짙게 내려앉겠지요.
이번 가을엔 억새가 아름다운 곳으로 한번 가보고 싶네요
그곳에서 마음까지 행복으로 물들여 아이처럼 활~짝 웃고 돌아오면
스산한 이 가을을 보내기가 한결 수월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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