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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오전에 할 일을 마무리해놓고 겨우 하나 남은
단호박을 잘라서 냄비에 올려놓고 또다시 죽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신경성 위염으로 조금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일반적인 음식은 위를 더 자극하는것 같아 며칠째 호박죽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별다른 차도가 보이지 않네요.
당분간은 고생을 할것 같아 조금 걱정도 되지만
잠시 이러다가 괜찮아지겠죠.
지난 겨울 매실나무 가지를 너무 많이 잘라버린 탓에
수확량이 300kg정도밖에 안나와서 주문받았던 지인들도 다 못드리고
많은 양을 필요로 하는 몇 곳만 보내드리고 미처 따지 못하고 남아있던
매실을 따서 집에서 먹기위해 올해 처음으로 매실고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티비를 통해 매실고가 소개가 되면서 많이 알려진것 같은데
설탕이 안들어갔기에 효능면에서도 매실청보다는 훨씬 나을것같은 생각에
과감하게 도전을 했습니다.
미처 무게를 재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7~8kg 정도 될것 같은데
완성된 매실고는 겨우 한 컵 정도로 나오네요.
정말 귀한 매실고가 맞는것 같아요.
쉬는 주말동안 아이들을 데리고 밭으로 가서 매실수확을 했습니다.
엄마 대신 열심히 해주는 기특한 큰아들!!!
상처난 것만 골라내고 10kg씩 망에 담는 작업은 작은 아들과 함께~
그 다음주, 마지막 남은 매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따모아서 우리집 매실고 만들것들이랍니다.
왕매실, 청매실, 홍매실 모두 섞여있네요.
밤에 씻어서 물기를 빼놓고 다음날 과육과 씨를 분리하는 일을 했습니다.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힘든 일이었어요.
두드려서 상처내면서 하는것 보다는 칼로 하나하나 과육만 따로 잘라내고~
씨는 사용안할거라서 따로 분리를 해두었습니다.
원칙은 매실만 통에 담아 3개월을 두었다가 물만 따라서 졸인다는데
조금 편리하게 하느라 쥬스기에 넣고 즙을 받아내어 만들었습니다.
맛을 보았더니 그냥은 도저히 못먹을 정도로 완전 시큼한 맛이네요.
불위에서 몇 시간을 고은다는데 부실한 허리로 인해 오래 서 있지를 못하는 관계로
2시간 정도를 졸이다가 생각을 바꾸어서 슬로우 쿠크에 넣어서
거품을 걷어내면서 은근하게 졸이기 시작했습니다.
기계의 힘에 도움을 받는것도 현명한 방법이라는데
이럴때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던 기계도 유용하게 쓰이네요.
졸이기 시작한 뒤 이틀이 지났지만 양은 줄어드는데
저어보아도 엉김이 전혀 안생겨서 뭔가 잘못된건지 슬슬 불안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뒤, 물이 거의 바닥을 보일때쯤 서서히 엉기는게 보이기 시작하네요.
다행이다. 휴~~~
월요일 오후부터 시작했는데 계속 신경을 쓰면서 지켜보다가
금요일 새벽 3시에 비로소 불을 껐습니다.
조금 더 일찍 꺼도 됐을텐데 농도가 많이 짙어져서
홍삼농축액 정도로 굳어졌네요.
식힌후 아까운 마음에 최대한 많이 긁어모아 소독된 병에 담았습니다.
과육을 분리했을때의 수고에 비하면 완성된 양이 너무 적네요.
신맛이 강한탓에 물에 희석해서 꿀을 조금 넣고 마셔야 될것 같아요.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았으니 그만큼 귀하다는 뜻으로 생각하고 아껴가며 잘 먹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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