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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전화 (그림 퍼옴)이야기...멍주 2011. 7. 10. 13:12
아침을 먹고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느긋하게 앉아서
1박 2일을 깔깔거리며 보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벌떡 일어나서 봤더니 엄마...라고 떠 있다.
무슨 일이 생겼나..싶어서 순간 목소리에 긴장이 깔린다.
“너거 집에 먼 일 있나???"
“대뜸 먼 소리? "
“아니... 아아들이 다들 전화가 몇 번 씩 오는데
너거는 전화가 한 통도 없어서 먼 일이 생겼나 걱정이되서..."
“뭐땜에?"
“아니, 비가 억수로 많이 와서 집에도 물이 들어오고
길도 물이 넘치고 난리났었다 아니가..."
“그랬나, 몰랐네...지금도 많이 오나?"
“아니다, 인제는 안온다. 너거는 테레비도 안보고 사나??"
“울 장남이 와서 하루 종일 못 본 드라마 본다고 뉴스는 못봤다.
억수로 미안네...ㅎㅎㅎㅎㅎ"
“그라모 다행이다. 내는 또 너거집에 먼 일 있는 줄 알고 놀랬다 아니가...
비가 억수로 와서 물이 집에 몬들어오게 대문밑에도 막고 난리도 아니었다"
“물은 좀 빠졌나 어떻노?"
“인자는 집에도 물이 좀 빠지니까 마당에 고기들이
제때 못 빠져나가서 펄떡거리고 있고 우습다."
“그라모 소쿠리만 들고 나가서 건져 담아서
매운탕 끓여 무라. 맛있겠네......"
잠깐이었지만 웃으며 통화하다가 끊은 전화기를 보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내 자식 한 달 만에 왔다고 맛있는거 챙겨주고 뒷치닥거리만 할 줄 알았지
늙고 힘없어진 내 부모님은 늘 뒷전으로 살고 있었으니...
비가 많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그깟 전화 한 통도 못하고
도리어 걱정을 시키는 딸이 되고 말았다.
내 자식에게 하는 반만이라도 내 부모에게 했다면
이렇게 가슴아프지는 않았을텐데...
"내가 내 아들에게 선물을 사주면 둘이 같이 즐거워하며 웃고,
내가 아버지께 선물을 사 드리면 아버지와 내가 같이 울고 있더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다. 갑자기 그 말이 생각이 난다.
아버지, 엄마!!!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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