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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할 수 없을 만큼 눈물 흘리며 본 영화 "봄,눈"이야기...멍주 2012. 8. 25. 17:29
봄,눈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입소문만으로 퍼져나간
영화가 바로 이 봄,눈이 아닐까 싶다.
윤석화씨의 애절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와
어쩜 그리도 어울리는 영화였는지...
소문만 듣고 영화를 다운받아놓고 있었다.
물론 정당하게 결제를 하고서...
그다지 큰기대 보다는 덩그러니 빈집을 지키고 있다가
비도 오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보게 된 영화였다.
모든걸 내 손으로 다 해줘야만 하는 무능력한 남편과 사치를 즐기는 작은 딸,
딸 둘을 낳고 마지막에 낳은 금쪽같은 막내 아들.
그나마 이미 결혼을 한 큰 딸만이 위안이 되는 51살의 주인공 순옥.
그 순옥의 얼굴에서 내 얼굴이 보이기도 하고, 내 친구들의 얼굴이 보이기도 하겠지.
우리 나이의 여자들에게 흔히도 볼 수 있는 순옥이었으니까...
이야기의 흐름은 순옥의 구질구질한 삶에서 시작이된다.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서 순옥이 청소부로 일을 다니다가
회사 사정으로 갑작스런 해고통지를 받게 된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뒷모습에서
앞으로 전개될 뒷이야기를 대충 읽을수가 있었다.
그리고 감기로 찾게 된 병원에서 시한부판정을 받게 되면서
혼자서 차근차근 가족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그동안 자신이 엄마에게 얼마나 의지했었는지
그래도 조금 일찍 철이 든 아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남아있는
남아선호사상에서 알수 있듯이 순옥에게
"막내"라는 단어와 "아들"이란 단어만 들어도 대충 이해할 수 있을듯...
한움큼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다가
가위를 들고 자신의 머리를 뭉텅뭉텅 잘라낸다.
처절하게 살점을 도려내듯 자기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는듯 보였다.
그리고 잘려져 나가는 머리카락만큼 나 또한 소리없이 흐느끼고 있었고...
순옥의 병실에 마지막으로 딸의 모습을 보러오신 친정 어머니...
먼길 떠나려면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면서
딸이 좋아하던 음식을 손수 준비해서 오셨다.
먼길 가면 무서울텐데 밝고 환한 빛만 따라가라시던 어머니,
순옥 또한 아내이고 엄마이기 이전에 그 어머니의 딸이란 사실을
오래동안 잊고 살아온 세월,
순옥이 힘들때마다 친정어머니가 즐겨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렸고
그 밤에도 늙은 모녀가 부르던 봄날은 간다 에서
이 영화를 보게된 많은 사람들중 눈물을 흘리지 않을 사람이 있었을까...
순옥의 마지막 가는길에 입을 옷을 손수 준비해오신 어머니,
더이상 딸의 얼굴을 볼 수가 없을거라며
사위에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한다.
퇴원하던 길...순옥은 편안한 사위의 자가용 대신
덜컹거리는 남편의 트럭을 타고 집으로 가다가
벚꽃이 흩날리는 슈퍼앞 벤취에 앉아서 아름다운 벚꽃을 구경한다.
자기의 고향에는 봄에도 눈이 내렸다고...
마지막을 하나하나 준비를 해나가는 여자, 순옥의 이야기.
요즘 영화에서 흔히 볼수있는 강렬한 액션도, 진한 러브씬도 없었지만
‘엄마'라는 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하여 영화를 보는 내내 오열을 해야했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나오는 중에 윤석화씨 특유의 허스키함과
공허한 목소리로 울려나오던 그 노래...
아직까지고 가슴속에 깊은 울림으로 남아있다.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재비넘나들던 성황당길에
꽃이피면 같이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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