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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 이성복옮기다... 좋은 글 2017. 7. 21. 23:22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정희재) 중에서
며칠 전 부터 새벽 5시가 되기 전부터 매미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매미 소리도, 산새 소리도 모든게 다 그대로인데
다른 해보다 조금 늦은것 같다는 생각을 한 까닭은
요즘들어 늘 허허롭다는 생각으로 기인한건 아닌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책상 앞에 앉아 있고,
혼자 잠 못 들고 서성이다가
그러다가 문득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을때는
까닭모를 설움이 밀려온다.
이러저러한 이유와 핑계로 인연의 끈을 놓아버린 이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이런게 싫고, 저런게 싫다는 이유로
그동안 내가 먼저 놓아버린 끈들이 몇이었는지,
그들의 눈에 보였던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으로 비춰졌을지...
지금껏 후회하고 있었던 시간을 만회할 수만 있다면
그때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함께
마주보며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땐 내가 정말 어리석었다고,
살아오는 내내 꿈틀거리는 그리움들을 뒤로 감추며
내 이름을 불러주는 그들이 그리웠다고, 보고 싶었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어리석었던 나를 마주 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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