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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날의 편지 - 이해인옮기다... 좋은 글 2017. 7. 11. 17:04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 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올 수 없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지금은 그저
혼자만의 슬픔 속에 머무는 것이
참된 위로이며 기도입니다.
슬픔은 오직
슬픔을 통해서만 치유된다는 믿음을
언제부터 지니게 되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항상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멀찍이서 지켜보며
좀 더 기다려 주십시오.
이유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켜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잠못 들던 늦은 시간,
우연찮게 이해인 수녀님의 슬픈날의 편지를 읽게 되었습니다.
분명 예전에도 읽어봤을텐데~
같은 글이라도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서
와닿는 느낌도 확연히 달라지나 봅니다.
장맛비가 사납게 퍼붓던 늦은 밤이라 그렇게 느꼈을수도 있겠죠.
「이유없이 거리를 두고
그대를 비껴가는 듯한 나를
끝까지 용서해 달라는
이 터무니 없음을 용서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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