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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앞 -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 - 중, 김옥림옮기다... 좋은 글 2017. 8. 12. 20:10
나 어릴 적
그 집 앞을 지나치려면
발길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에 이끌려
한참을 서성거렸다
소녀는 무엇을 하는지 보이질 않고
반쯤 열려진 창으로
바람만 제 집인 양 들락거렸다
한때 나도 바람이 되고 싶었다
소녀를 가까이할 수 있다면
바람이 되어도 좋았던 적 있었다
소녀는 포스터의 오수제너를 좋아했다
소녀가 부르는 오수제너는
내 발길을 그 집 앞으로 다다르게 했다
소녀는 한 송이 목화 꽃처럼 맑았다
너무 맑고 희어 아기 달님이
하늘에서 내려왔나 싶었다
소녀가 가끔 나를 보고 웃어줄 땐
어린 내 마음속에선
몇 날 며칠을 맑은 시냇물 소리가 들렸다
술집에 나가는 젊은 엄마를 따라
서울서 온 소녀는
사슴처럼 눈이 맑아 늘 외로워 보였다
나는 소녀의 어린 느티나무가 되고 싶어
늘 오가며 그 집 앞에
달빛 그림자처럼 기웃거렸다
그 어린 시절 나의 서정이 무르익고
작은 사랑의 세계가 주렁주렁 열렸던
오고 가며 가슴 설레었던
눈꽃처럼 빛나던 그 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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