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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의 후덥지근한 더위를 식혀주는 장맛비 같은 봄비가
참 많이도 내렸던 날.
새벽녘까지 잠못들며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를 들어야 했던 간밤.
가끔씩 찾아오는 불청객, 불.면.증.
별로 반기지도 않는데 뭐가 좋다고 자꾸만 찾아오는지...
봄비 내리던 날 혼자 눈물 흘리며 보았던 영화 '쎄시봉'
보는 관점과 기분에 따라 그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는 것보다는 편하게 즐기기엔 참 괜찮은 영화였다.
한때 유명했던 영화 '건축학개론'을 보고 난 뒤에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잊고 살았던 추억여행을 떠난 듯 아련하고 가슴먹먹해지던
그 시절의 짙은 향수와
‘첫사랑’이라는 이미지처럼 맑은 듯 순수했던 영화.
그 시절에 난 아직 어리기만 한 소녀였지만 6~70년대의 낭만과
음악들을 즐기며 예쁜 영화 한 편을 본 것에 아주 만족했던 하루.
쎄시봉은 트윈폴리오의 윤형주, 송창식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당시 음악감상실에서 유명했던 통기타 가수들을 중심으로
거기에 청순한 외모의 긴 생머리 아가씨와의 만남을
가상의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야기와 노래가 잘 어우러지면서
그 감동을 한층 더 받을 수가 있었던 것 같다.
훤칠한 외모에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멋들어지게 부르던
그 시절의 남자들은 모든 여성들의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었다.
요즘은 콘서트 7080에서 가끔씩 들을 수 있는 그 시대의 음악들,
웨딩 케이크, 조개껍질 묶어, 하얀 손수건,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백일몽, 사랑이야 등을 듣는 내내 눈을 감으며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던 그 감동적인 노래들.
예스러운 분위기와 음악들이 요즘 젊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엔
조금 무리일 것 같고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듯 깨끗한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과 귀는 그야말로 호강을 한 셈이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보면 참 좋을 것 같은 밝고 따뜻한 영화,
‘사랑하는 사람들은 늙지 않는다’고 했던 '쎄시봉'
아무 일도 없는 듯 세월은 그렇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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