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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오는 날 아침, 친정 집 풍경
    이야기...멍주 2016. 9. 19. 14:28

     

     

     

    연휴 동안 비가 계속 내렸는데 하늘은 또다시 빗방울을 떨굴 준비를 하고 있다.

    맑고 쾌청한 하늘을 보며 걷고 싶은 날인데...

     

    혼자서 어두워져 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서 있으니

    추석 때 친정에 갔던 일이 생각난다.

    시댁에서 늦게 출발해서 도착도 늦어지자 잠시 얼굴이라도 보고 간다고

    기다리던 친구들 때문에 집에서 기다리던 엄마 얼굴도 못 보고

    마을 입구에서 고향 친구들을 먼저 만났다.

    30년이 다되어서야 다시 만나게 된 친구들.

    만나기 전에 가졌던 서먹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어제 만났던 친구처럼

    서로 부둥켜안은 채 떨어질 줄 모르고 반가워했다.

    그래서 고향 친구가 제일이라고 하는 건지...

    마을 입구에 만들어놓은 정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곧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한 뒤 아쉬운 작별을 해야 했다.

     

    다음날 아침, 습관처럼 일찍 일어났지만 다들 잠든 걸 보고는 가만히 누워있는데

     집 뒤꼍에서 빗소리가 들려왔다.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던 대나무 숲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숙한 빗소리.

    많은걸 잊은 듯이 살아왔지만 이렇듯 문득문득 되살아나는 작은 기억들이

    가슴에서 지금껏 나와 함께 해왔을까~

    그 시절엔 대수롭지 않았던 소소한 기억들까지...

     

    식구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나와서 우산을 들고 친정집 마당을 구석구석 돌아보다가

    밖에 누구냐며 방문을 열고 내다보실 것만 같은 아버지 방 앞에 멈춰 섰다.

    벌써 몇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아버지는 그곳에 계셨다.

    쉽게 놓아드리지 못하는 건지, 쉽게 못 떠나시는 건지...

    뒤꼍에서 들려오던 빗소리처럼 아버지도 언제까지나 가슴속에 살아계실 것 같다.

     

    엄마가 챙겨놓으신 많은 먹거리들로 차는 가득 찼지만 또 뭐 빠뜨린 게 없는지

    걸음이 바쁘기만 한 엄마를 두고 한꺼번에 다 빠져나온 친정 집.

    대문 앞에 서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고 서 계시던 울 엄마.

    또다시 혼자가 되어 빗소리만 가득한 빈 집에서

    식어버린 찬 밥에 김치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고 계시겠지.

    마음은 늘 걱정하고 궁금해하지만 더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

     

    "시간 되면 가끔씩 엄마 보러 와~ "

    떠나올 때 하시던 그 말씀이 생각난다.

    친구에게 엄마 자리를 뺏긴 이번 추석.

    그래도 내 마음은 늘 엄마가 먼저라는 거...

    그거 엄마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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