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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 도종환옮기다... 좋은 글 2016. 8. 16. 16:14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달빛이었음 싶어
동짓달 스무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였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 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서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어느새 등뒤에 서 있는 바람은 가을을 닮고 있나봅니다.
조금만 지나면 이렇듯 쉽게 잊혀질 계절이었는데
왜그렇게 싫어하기만 했던걸까요?
조금 이르긴 해도 이 계절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해봅니다.
달과 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달을 좋아해달라고, 별을 더 좋아해 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대로 더 많이 좋아하는게 더 행복하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그렇기에 그들은 오늘도 같은 꿈을 꾸며 조금씩 조금씩 흘러갑니다.
세월을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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