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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읽다...좋은 책 2016. 1. 27. 20:25




    최강한파라고 하는 몹시도 추운 날,

    우쿨렐레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던 길목에 자리한 작은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다지 살가운 표정으로 맞아주는것도 아닌 이제는 익숙한 주인 아저씨의

    스치듯 끄덕이는 인사를 받으며 나역시 가벼운 눈인사를 건넨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와“끌림”을 읽어서인지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이병률 시인의 여행산문집을 집어들었다.

    가벼운듯 하면서 가슴한켠이 먹먹해지고, 밝은듯 하면서도 그늘이 지는,

    그러면서도 풋사과같은 싱그러움이 느껴지는게 이 책 또한 여전히 매력적이다.

    가본적 없는 낯선 고장의 한 귀퉁이를 먼저 걸었던 그의 흔적을 따라 

    나역시 소리없이 좇아가고 있는것 같다.

    그의 생각과 마음을 읽어내기라도 할것 처럼...




    시작부터 지겨울 틈도 없이  예쁜 문장과 사진들이 춤을 추고 있다.

    그 중 기억속에 맴도는 몇 가지를 옮겨본다.




    나에게는 그럴 만한 그 무엇이 과연 있는가 하는 나직한 물음이 가슴께에 밀려왔다. 

     온 마음으로 지키고픈 무엇이, 몇몇 날을 길바닥에 누워서라도

    안되는 것은 왜 안되는 것이냐고 울고불고 대들 그 무엇이 가슴 한쪽에 맺혀 있는 것인지...



    서해바다에 살고 싶은 이유는 그곳에 노을이 지고 있으니까...



    한 여자가 맛사지를 받으며 우는가 싶더니 그만 나가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녀인지도 모르겠다고.

    고작 그녀의 손 몇 번 잡은 게 다여서 그녀를 만지고 있으면서도

    그녀인 줄 몰랐었다면 얼마나 바보냐며.



    어르신 한 분이 술을 드시고 계셨다.  대낮이었다.

    어르신이 마주하고 앉은 것은 무덤이었다.


    아까보다 더 붉어 보이는 어르신의 얼굴은 술기운 때문이 아니라 뙤약볕에 타고 있어서였다.

    여전히 어르신은 무덤에 몰두하고 있었다.


    얼굴이 타는지도 모르게 앉아 바라보는 것이 그 사람인지,

    그 사람과의 좋은 한때인지...



    마취를 해도 마취가 안되는 기억의 부위가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

    그것으로 가끔은 화들짝 놀라고 다치고 앓겠지만

    그런 일 하나쯤 배낭이라 여기고 오래 가져가도 좋을테니.




    일생동안 단 한번 한 사람만을 사랑해도 좋으리라

    때묻지 않은 마음으로 욕심없이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 많이 먹지 말고 속을 조금 비워두라.

    잠깐의 창백한 시간을 두라.

    혼자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하라.

    어쩌면 그 사람이 누군가를 마음에 둘 수도 있음을.

    그리고 둘 가운데 한 사람이 사랑의 이사를 떠나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라.




    이 사실을 알기까지 오래 걸렸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지 않으면 절대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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