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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시 -임의숙-옮기다... 좋은 글 2014. 6. 1. 14:15
유월의 시
새는 집을 다 지었습니다
바람의 붓 끝 한 자락 움켜지고
텅 빈 가지마다
초록을 털었습니다.
나는 robin 입니다.
햇살이 닿는 노란 겉 가지에
아이의 울음을 걸어 놓고
그 울음이 다 마르기를 기다립니다.
구름 들지 못하게 파초 잎을
드리워 풍경을 옮겼습니다.
나의 미안함은 나뭇잎 그늘
식탁에 놓았습니다.
바삭 마른 아이의 눈빛이 언제
그랬냐는 듯
또박또박 밥을 먹습니다.
초 저녁 하루의 지층에 음각을
세기는 아이는 반딧불 입니다.
비포장 허공을 오르다 잠시 쉬는 자리
달빛이 문을 연 가지 사이로
가지런 초록이 차 있습니다.
날개의 꿈을 이루었다면
작은 미소로 웃고 접어야 했다면
작은 아쉬움일 뿐
유월은 초록의 회상입니다.
새는 집을 다 지었고
그 집 아래 우편함만
세워두면 그만이겠습니다.
누구든지 어제를 받아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을 그리운 내일로 붙일 수 있겠습니다.
해당화 우편함 활짝 피었습니다.
그림 퍼옴
예쁜 그림책 한 권을 보는 듯한,
유월의 첫 날과 잘 맞는듯한 느낌의 시 한편을 올려봅니다.
어지럽고 우울한 마음도 한결 여유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듯해서
읽을수록 행복해지는 느낌이 드는건
비단 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거라고 느껴집니다.
이렇게 예쁜 생각을 하고 있었던 임의숙님은 어떤 분일까...
궁금증이 더 커지기만 합니다.
초록의 한가운데서 해당화 우편함을 활짝 열어두고
전하지 못한 어제와 오늘을 받아볼수 있는
아름다운 유월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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