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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양산 통도사에 가다이야기...멍주 2015. 12. 23. 14:06
또닥또닥...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분위기 탓인지 오늘따라 빗소리가 더 정겹게 느껴지네요.
향 좋은 차 한 잔을 마시다 보니 문득 얼마 전에 다녀왔던
양산 통도사의 고즈 늑함이 생각이 납니다.
살면서 가끔씩 혼자 힘으로 감당하기엔 조금 벅차다고 느껴지는 일이 생길 때면
어디엔가 또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드나 봅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옆지기에게 그런 날이 왔나 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통도사에 가보자는 말을 하는 걸 들으니 마음이 시큰해졌어요.
흔쾌히 그러자고 말하고는 비 오는 궂은날이었지만
가끔씩 찾아가던 통도사를 다시 찾아갔습니다.
겨울비 답지 않게 비가 꽤 내리던 날이라 그런지 여느 때와는 달리
조금 한산한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며 놓은 듯 잎 떨군 나뭇가지에도
영롱한 빗방울이 맺혀 예쁜 모습으로 반겨주는 것 같았습니다.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조금 흐리지만
어떻게 보면 비 내리는 날과도 많이 닮은듯한 색깔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막할 정도의 고요함이 머무는 통도사 경내에선
발걸음 소리 조차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세속의 찌든 때를 모두 닦아내듯
그렇게 비는 어떤 흔적들을 말~갛게 지워내고 있었습니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느낌이 드는 사찰 너머
멀리 보이는 산으로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마음에 얹혀있던 옆지기의 바람을 염원하며 기도를 드리고 내려오던 길.
일주문을 지나 길게 뻗어있는 건너편 길과 아직도 푸른 소나무 숲길이
우리의 마음처럼 차분하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소원을 이뤄달라는 옆지기의 기도와는 달리
저는 그저 옆지기의 마음이 편안해지기만을 기도드린 것 같아요.
떠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다시 오르는 사람도 있는 곳.
굳이 뭔가를 이루려는 목적보다는 마음이라도 조금 더 가벼워지고 싶은
소박한 소망으로 함께 했던 비 오는 통도사를 찾아갔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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