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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해 11월 의 기억이야기...멍주 2015. 11. 3. 13:17
뽀~얗게 씻은 이불을 햇빛 좋은 베란다에 걸어놓고 바라보는 마음이
묵은 찌꺼기들을 털어낸 것처럼 개운해진다.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밝은 햇살이 눈이 부시게 쏟아져 들어온다.
「11월 3일 화요일, 햇살이 아~주 좋은 날」이라고 적어본다.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있는 단지 내의 화려한 가을을 바라보니
기억 속에 남아있는 어느 해의 11월이 생각이 난다.
그날도 지금처럼 예쁜 색으로 단장한 단풍잎들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시린 등으로 전해오던 그 차가운 냉기는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내가 선 이 자리에서 가끔씩 뒤돌아보면
그때의 내 모습이 아직도 다 마르지 않은 채 흐릿하게 남아있지만
괜찮다고, 이젠 괜찮다고 스스로를 토닥여준다.
그때의 시린 기억들을 애써 떠올리려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쩌다가 기억이 나면 그때는 ‘괜찮아~’ 하며 웃어줄 자신이 생긴다.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생긴탓일지도.
지나간 기억, 상처 난 마음들도 새 살로 덮여 조금씩 그 흔적들이 옅어져 가고
이제 와서 욕심부린다고 다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내 것이 아님으로 인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니
어쩌면 그게 더 편안해지는 건
그동안의 세월이 가져다준 고마운 선물일지도 모르지.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모든 게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햇살이 무척이나 따사로운 날,
늘 처음처럼 그렇게 예쁜 마음으로 남은 삶도 꾸며가리라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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