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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만추를 보고
    이야기...멍주 2014. 11. 28. 12:59

     

     

    얼마 전 밤새 내린 비에 곱게 화장을 한 낙엽들이

    거리 가득 뒹굴고 있는데 또다시 흐릿한 하늘.

    더 이상 깊어질 것도 없는 가을의 끝자락에 서 있던 날,

    얼마 전 김태용 감독과 탕웨이의 결혼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홍등”의 탕웨이의 이미지가 깊게 남아있었기에

    주저없이 다운로드 해 놓았던 영화를 조용한 시간을 이용해서 보게 되었다.

     

    분위기가 지금 이 계절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가운데

    애나와 훈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아직도 눈을 감으면

    가슴이 두근거릴정도의 깊은 감명으로 다가온다.

     

     

     

    조용한 주택가에서 얼굴에 멍투성이가 된 애나가 비틀거리며 나오다가

    다시 집으로 뛰어 들어가고 그곳엔 한 남자가 미동도 없이 누워있다.

    멀리서부터 싸이렌 소리가 들려오면서 만추가 시작된다.

     

    7년 후... 모범수로 수감 중인 애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시애틀로 가는 버스에 오르고

    출발하는 버스에 뛰어오른 훈, 애나에게 버스비 30불을 빌리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시작된다.

     

    애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72시간,

    그 짧은 시간동안 일어난 일들이 두 사람의 가슴속엔

    평생을 간직하며 살아가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녀의 표정에서 세상과의 단절된 마음과 공허로움을

    처음부터 끝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 애나와는 상반된 남자 훈.

    외면적으로 풍기는 느낌으론 극과 극인 듯 하지만

    뭔지 모를 내면의 아픔들은 어딘지 닮아 보이는 두 사람.

     

    안개가 자욱한 시애틀이란 도시와

    애나의  삶이 주는 공통의 이미지가 너무도 닮아서 마음 아프고,

    이유도 모른 채 다시 돌아간 교도소에서의 2년의 수감생활을 끝내고

    높은 교도소의 담장을 뒤로한 채 애나가 찾아간 곳 휴게소.

    그곳에 앉아 애나는 훈을 기다리며 조용히 독백을 하며 미소를 짓는다.

    “안녕, 오랜만이에요”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혼자 즐기기엔 너무도 편안하고

    만추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다.

    말로는 다 설명하기 어려운, 가슴으로 느끼기에 충분했고,

    개봉 시기보다 많이 늦게 본 영화였지만 

    다시금 아름다운 꿈을 꾸게 되어 마음이 부자가 된듯한 영화 '만추'

    아무 말도 필요 없는, 아프면서도 내가 느끼고 싶은 대로

    마지막 결말을 내려도 애나는 가슴에 남아있는 훈이라는 사람만으로

    혼자 살아갈 생은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이...

     

    시애틀의 짙은 안개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많이 퇴색해버린

    '사랑' 이란 단어를 가만히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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