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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고 싶은 날 - 이지현-옮기다... 좋은 글 2014. 11. 3. 17:20
편지를 쓰고 싶은 날이 있다.
메마른 갈비뼈 사이
바람소리로 갇혀있던 그 말을
조심스레 꺼내어
편지를 띄우고 싶은 날이 있다.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린다고 쓰고 싶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분다고 쓰고 싶다.
마음을 툭 털어
바다 한 켠 떼어낸 푸르디 푸른 그리움으로
편지를 보내고 싶은 날이 있다.
가끔 우리 삶은 아득한 저음의
통곡소리처럼 외로운 것
아무도 오가지 않는 뒷골목에서
나즈막히 부르는 노래처럼 서러운것
한번은 푸른 기억의 끝을 동여맨
긴 편지를 부칠 것이다.
어깨 너머 긴 휘파람 소리가 스쳐지나면
한번쯤 붐비는 거리에 서서
누군가 보낸 편지라고 생각하라.
편지를 펼치면 푸른 바다가
출렁 추억으로 흔들릴 것이다.
마지막이 얼마남지 않았음을 아는듯한 가로수들이
생의 끝자락을 간절한 마음으로 부여잡고
마지막 한 장의 잎이라도 움켜쥔채로
가을속에서 남고 싶어하는데
심술궂은 바람이 시기를 하듯 하나 둘 잎을 마구 흔들어대고 있습니다.
팔랑거리며 떨어지는 저 낙엽위에
지금껏 꺼내지 못한 말들을 깨알같은 글로 적어서
바람에 실려 멀리멀리 떠나보내고 싶어지는 스산한 어느 가을날.
퇴근길, 발끝에 살짝 내려앉는 한 장의 낙엽과 마주하게 되면
누군가 당신에게 보낸 안부 편지일지도 모르니
잠시 멈춰선채 마음을 담은 짧은 답장이라도 적어보내는 가을이 되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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