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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 정희재읽다...좋은 책 2017. 7. 28. 15:51
내면의 무언가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것도,
힘겨운 불면증과 씨름하는 것도 지쳐갈 무렵,
주문해둔 책들과 함께 책꽂이에 얹혀있던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어쩌면 이 책을 손에 잡은것도,
혼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것도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내게 힘을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습관처럼 책의 앞장에 항상 짧은 메모를 해두는데
아마 이 글이 그날의 내 마음 색이었을것 같다.
다시 봐도 아..프..다...
우선 이 책...너무 좋다.
화려한 단어들로 포장되어 있는 에세이가 아니라 담백하고 편안한 글들이
여름 날, 그늘 아래 놓인 벤치에 앉아 ‘무슨 일이냐’고 먼저 묻는 대신
스스로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도록 편안한 곁을 내주는 친구같은,
그러다가 감성이 넘치는 문체들을 만날때면 가슴이 벅차 오르는 감동과 함께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읽는 동안
끝없이 튀어나오는 감성을 자극하는 달달한 표현들에 매료될수 밖에 없었다.
며칠 동안 책상 앞에 앉아 머리를 비웠던 그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뜨겁고 아린 삶의 등을 가만가만 쓸어주던 말들~’
마치 지금껏 살아온 날을 위로해 주기라도 하는듯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따스한 손길을 느끼기도 했고,
되돌아보면 죽을만큼 힘든 삶을 살았던것도 아니었지만
‘당신 참 애썼다’는 위로를 받는듯 코 끝이 찡~해져 옴을 느꼈다.
가끔은 혼자 아파하고,
또 혼자 아픈 마음에 빨간 물약을 바르며
견뎌온 시간이 있었기에
나 스스로를 격려 해 줄 만큼의 용기를 얻으며
힘겨워했던 시간을 훨씬 쉽게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껏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는 생각에
마음 저 밑에서부터 왈칵 솟구쳐 오르는
뭔가로 한동안 가슴 뜨거워짐을 느끼고 있었다.
쉽게 손이 가는 책꽂이 한 켠에는 가지런히 꽂혀있는 책들이 있다.
애착이 가는 책들만 따로 꽂아두는 칸이다.
여기에 또 한 권의 책을 꽂으며
“이번 생...망했다”가 아닌
“살아볼 가치가 있는 생이다”로 기울어진 나를 만날수 있을것 같다.
한결 편안해진채 내 자리에 서 보니
어느새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내가 되어 있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 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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