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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을 훌쩍 넘긴 엄마와 함께 보낸 잊지못할 하룻 밤
    이야기...멍주 2014. 3. 2. 22:17

     

     

    주말 하루전인 금요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난뒤, 홀로 남겨진 친정 엄마 걱정에

    시간을 쪼개어 내려갔다.

    하늘이라도 화창하게 맑으면 기분이라도 좋았겠지만  

    회색빛 하늘은 기분까지 흐리게 만들었다.

    대문 앞에서 길게 목을 빼고 기다리고 계시는 엄마.

    전화상으로는 늘 밥도 잘 먹고 괜찮다, 괜찮다...하시기에

    정말 괜찮으실줄 알았는데

    보름남짓한 기간에 몇 년은 늙어보이는 얼굴로 마주하니

    또 한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애써 태연한척 얼굴이 많이 안좋아보인다며 손을 잡으니 또다시 쏟아져 나오는 눈물.

    강하게 대해드리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고 갔지만

    막상 눈앞에 마주하니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께서 기거하시던 방은 아직도 눈을 돌려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

    여전히 그 자리에 그렇게 앉아 계실것 같아서.

    엄마 혼자 계시는 집은 또 왜그렇게 커보이는지...

     

     

    바람이라도 쐬러 나가자고 억지로 모시고 나선 길에 점심 한 끼 사 드리고

    아버지 연금과 통장도 정리하고 전기와 전화요금 명의 변경을 해야한다는 말에

    연금공단과 은행, 시청, 읍사무소, 한국전력과 전화국을 찾아다니느라

    오후 시간을 몽땅 허비해야만 했다.

    몇 해전, 사천과 삼천포가 통합되면서 시청은 두 도시의 중간에 위치를 해 있었지만

    나눠먹기식의 관공서 분산에 사천, 삼천포를 몇 번이나 헤매며

    찾아다녀야만 하는지...

    또 무슨 서류가 그렇게 복잡하고 상담전화는 왜그렇게 연결이 안되는지.

    막상 도착해서 서류를 정리하다 보니 전화상으로 이전이 가능한 일인데

    통화를 할 수가 없으니 막연하게 찾아가는 수 밖에 없었다. 

    도착해보면 고객들도 없이 한가하게 잡담들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원들을 보니 화가 날 수 밖에...

    요즘 시골엔 젊은 사람들은 없고 거의 다 허리가 구부정해서 

    보행차를 밀고 다니시는 할머니들만 보인다.

    그 할머니들은 도저히 해낼수 없는 복잡한 일이었다.

    그나마 자식들이라도 시간이 된다면 모를까 그것마저 여의치 않으신 분들은

    아무것도 손을 댈수가 없으니

    이런 안타까운 현실들이 하루 빨리 수정이 되어서

    좀더 편리하게 일처리가 이뤄질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날이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해서 아버지 산소에 찾아갔다.

    아침마다 아버지가 즐겨 마시던 커피를 준비해서 혼자서 그 길을

    오르내리셨던 울 엄마.

     

     

    그새 조금 일찍 핀다는 매실꽃이 산소 옆으로 활짝 피어 있었다.

    아버진 남들보다 꽃구경도 일찍하고 좋겠다고 하며 절도 올리고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왔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

    엄마와 나란히 누워 새벽이 밝아올때까지

    아버지가 살아계실적 이야기를 하며 웃기도 하고,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며 그렇게 밤을 지새웠다.

    평소엔 그다지 살갑게 대하는 딸이 아니었지만

    그런 딸과 하룻밤을 그렇게 보낼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마는 좋아하셨을것 같다.

    70을 훌쩍 넘어선 엄마와 50을 앞둔 딸이 보낸 그 하룻밤이

    엄마에겐 행복이, 딸인 나에겐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있겠지...

     

     

    -시청에서 올려다 본 회색빛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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