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수확
뜨거운 여름을 견뎌낸 참깨를 털었습니다.
처음 심어본 참깨라서 호기심과 기대감에 부풀었죠.
이른 봄에 앞집에서 참깨를 심어보라며 주셨는데
이 작은 알맹이에서 정말로 싹이 나온다는게 신기했거든요.
종이컵에 절반 정도 주셨는데
비닐 멀칭후 작은 구멍속에 세 알씩 넣었더니
겨우 한스푼 정도 사용한것 같아요.
혼자 열심히 심었는데도
봄 가뭄 때문인지, 아니면 뭔가 잘못 심은건지
싹이 나는것보다 안나는게 더 많아서
열개 정도씩 넣으며 다시 심기를 두번 더 반복했고,
띄엄띄엄 나는게 더 굵고 실하게 자란다는 말씀에
더이상 씨앗 파종은 하지 않았습니다.
태풍이 올때는 줄을 쳐서 쓰러지지않게 잡아주고
가뭄에는 가끔 물을 주면서 큰 욕심은 부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쯤 참깨를 베고 세 묶음씩 묶어서 세워두라고 하셔서
볕 좋은 날 바싹 말리기에 돌입했습니다
(예쁘게 자라는 모습과 하~얀 꽃 사진,
그리고 수확할때 사진은 실종했네요 ㅠㅠ)
8월말경에 드디어 참깨를 털었습니다.
얼마나 나오는지 와서 보라는 옆지기의 말에
셀렘과 기대로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와르르~ 흘러내리는 소리에 환호성을 질러봅니다~
하~얗게 쏟아져나오는 참깨들이 보이네요.
제일 쉬운게 참깨 농사인것 같다고 했더니
그동안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말을 너무 쉽게 한다고 옆지기가 흥분을 하네요ㅋㅋ
마지막인 세번째 털어낸 참깨는 따로 모아서
씻어서 볶기로 했습니다.
시골에서 자라면서 많이 헤봤다더니
참깨 씻는 일도 여자들처럼 잘 해내네요.
이건 첫번째와 두번째로 털어낸 참깨를 씻어둔 사진이네요.
모두 다 하면 세 되는 넉넉하게 나오겠다고 하니
이만하면 참깨 농사 잘 지은거 맞겠죠~
통통하게 여문 참깨가 어쩌면 이리도 사랑스러울까요^^
기름을 짤지 선물을 할지 생각중이라 볕 좋은 날 말리기 위해
그물망을 두겹 깔고 말려놨는데
갑자기 옆지기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도데체 무슨 일을 이렇게 하냐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왜 해서 이렇게 망쳐 놓냐고~”
무슨 일인지 놀라 나가봤더니 그물망에 늘어놓으면
참깨가 밑으로 다 빠졌다고 야단이었습니다.
‘분명 촘촘한 그물망이었고 빠지는걸 막기 위해 두겹으로 했는데,
그래서 안빠질줄 알았는데...’
자갈 위에 깔았다고, 그래서 한 되는 버린거라고...
하루 온종일 혼이 났습니다ㅠㅠ
처음 본 신나는 참깨 수확이었는데
쏟아져나간 참깨 만큼 아쉬움도 흘러넘쳤습니다ㅠㅠ
며칠 뒤,
흘러 내린 참깨에서 싹이 올라왔네요.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걸보니 인정안할 수가 없게 되었어요ㅠㅠ
참깨를 깨끗이 씻은 다음
두꺼운 팬에 약불로 볶았습니다.
직접 농사 지었으니 그 고소함은 더 설명할 이유가 없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