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멍주

새벽 길

천만개의 별빛 2018. 10. 15. 04:38

 

 

 

어둠 속에 잠긴 길을

기억으로 더듬으며 걸었다.

딱히 목적지가 정해진 건 아니었지만

잠에서 밀려나

너덜너덜하게 해진 마음을 안고

어둠속을 배회했던 그 시간들...

 

 쌀쌀한 새벽바람을 피하기 위해 덧입었던 

 옆지기의 긴 스웨터 속에

시린 몸과 마음을 감춰놓고

어두운 거리에 대한 조금의 두려움까지

꼭꼭 여미면서 걸었던 길 위에서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새벽닭의 쉰 목 울음소리와

 이따금씩 켜지던

너른 들판의 비닐하우스 불빛들이

그 새벽길을 함께 해주었다.

 

돌아오던 길에 바라본 내 집은

아직도 꿈나라 여행 중인 듯

어둠에 잠겨있지만

 손을 흔들며 반겨주던

텃밭의 하~얀 메밀꽃들의 인사가

눈물겹게 고마웠던

 새벽 산책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