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처가 벌초하는 사위

천만개의 별빛 2018. 9. 29. 14:58




아직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옆지기와 함께 친정 부모님 산소에 벌초 하러 갔다

아버지 산소를 비롯해 친정 조상님들의 벌초는

지금껏 당연한듯 오빠에게 맡겨두고 있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처음하는 벌초를

어쩌다보니 옆지기가 하게 되었다


눈으로 보는 하늘은 그림처럼 곱기만 한데

아직은 따가운 햇살이라

예초기를 메고 나서는 등엔 땀이 흐르고~



산소에 오르기 전에

고추 밭둑을 말끔하게 정리를 해놓고~



올려다본 언덕엔 예쁜 나무가 초록초록...~



단감 나무와 대봉 나무 아래 우거진 풀도

적당히 손을 보면서 지나가야했다



산소 아래 마늘 밭도

관리기로 갈아준다고 시작은 했는데

잦은 비로 인해 질척거리는 땅을 고르는게 쉽지가 않아보였는데

결국은 기계가 고장이 나서

밭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지게 되었으니 ㅠㅠ



대신 난장판이 되어있는 매실 밭 언덕도 풀을 베고~



잦은 비로 부모님 산소 위의 잔디는

푸른 바다 위에서 춤추는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소주 한 잔을 놓고 넙죽 절을 하고는

벌초를 시작한다



겉잡을 수 없을 정도의 풀을 베어내고

말끔히 정리를 하고 나니

이제야 내 부모님 모습을 뵙는것처럼

말쑥한 모습을 드러낸다


‘처 삼촌 벌초하듯이’ 란 말처럼

장인 장모 산소 벌초도

대충, 적당히 하고 끝낼 줄 알았는데

더운 날, 냉수 한 모금으로 대신하며

열심히 땀 흘려준 옆지기

처가 벌초하는 사위의 기분이 어떤건지

이해가 될것도 같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