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기다... 좋은 글
잘한 일입니다 - 정용철
천만개의 별빛
2018. 6. 30. 11:41
슬리퍼를 샀습니다
발이 작은 아내랑 같이 신기 위해
좀 작은 것으로 샀습니다
잘한 일입니다.
노래를 불렀습니다
목소리가 작은 친구와 맞추느라
소리를 좀 낮추었습니다
잘한 일입니다.
가슴에 앙금이 남아 있어
서먹한 사람이 있습니다
연말에 카드와 함께
사랑을 담은 선물을 보냈습니다
잘한 일입니다.
편지를 썼습니다
자식에게 보내는 글이라
더 부드럽고 쉽게 썼습니다
잘한 일입니다.
들국화를 꺾어다 꽃병에 꽂았습니다
모여 있는 것은 그대로 두고
외롭게 핀 세 가지만 꺾어 왔습니다
잘한 일입니다.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중에 보면 속상해 할 것 같아
굳은 얼굴 활짝 펴고 찍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잘한 일입니다.
등산을 갔습니다
연로하신 아버지와 같이 가느라
가까운 야산에 다녀왔습니다
잘한 일입니다.
겨울옷이 몇 벌 있지만
올 겨울에도 옷 한 벌 사서
어머니께 전해 드렸습니다
잘한 일입니다.
많이 춥지는 않지만
연로하신 할머니 방은
늘 따뜻하게 보일러를 틀어 드립니다
잘한 일입니다.
나를 비워 남을 채우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마음이 쉬는 의자 - 중에서
6월의 마지막 날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이미 지나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 없기에
남은 반 년에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굳혀봅니다
참 잘한 일입니다.
그곳에 가서 돌탑을 쌓았습니다
작은 돌 하나 하나를 쌓으며 소원도 함께 실었습니다
내려오던 길에 느꼈던 마음은
알 수 없는 충만함으로 가득했습니다
이 또한 참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