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의 그녀와 나라면...
한동안 고심하며 읽던 책을 겨우 마무리를 하면서
왜 하필 이렇게 어려운 책을 선택했는지 잠시 후회도 했다.
되돌려 읽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머리는 온통 뒤죽박죽인데
이상한 건 그 여운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어릴 적 그녀가 집으로 오는 날이면 미뤄뒀던 이야기들로 마음을 풀어놓기도 했고,
또 그녀의 이야기와 하소연을 들어줘야 할 때는
나이 어린 내가, 뭣도 몰랐던 내가
그저 가만히 들어주고 도움이 되어주려고 나름 애쓰며 지내왔던 우리들이었다.
내가 힘든 것보다 그녀가 힘든 것이 더 마음이 아팠으니까.
내성적인 성격탓에 ‘좋다’는 표현 한번 못해본 그 시절.
우린 그렇게 유년 시절을 보내며
그녀의 세상속에서 내가 겪게 될 세상을
또래들보다 조금 일찍 내다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고...
그녀와 나의 세상은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아직도 그녀를 만날 일이 있을 때면 마음은 설렘으로 들뜨기도 하는데
헤어지고 돌아서면 왠지 알 수 없는 서글픔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었다.
환경에 조금씩 물들어 간다는 것.
서로 살아가는 세상이 다르다는게 그 이유라면 설명이 될까?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이 아닌데도 그녀와의 만남 후엔 늘 크고 작은 상처가 남겨지고
지금껏 내가 참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것 같다.
세상을 살아가기엔 어쩌면 나 보다는 그녀의 성격이 더 나을 거라는 답을 얻고 보니
분명 그녀도 나로 인해 받은 상처가 있었을 것 같다.
그래도 우린 깊은 속마음을 꺼내놓지 못한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얼굴을 마주한다.
그게 그녀와 내가 타고난 아주 조금은 비슷한 성격일 테니까.
지금도 그 상처에 ‘그래, 괜찮아~’라는 약을 바르고 있다.
아프고, 다시 치료를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상처 자리에도
꾸덕꾸덕 말라가던 딱지가 떨어지고
말~간 새 살이 차여갈 테니까.
어쩌면
힘겨워하며 읽었던 그 책 속의 주인공들이 그녀와 나의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참 많이도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뒤늦게 해 본다.
그녀가 생각난다.
잘 웃지는 않지만 그래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