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해파랑길 트레킹

19차 해파랑길 트레킹, 해신당 공원에서 덕산해변

천만개의 별빛 2017. 9. 21. 11:30




2017년 9월 16일 토요일

해신당공원 - 장호항 - 옹화포구 - 황영조 마라톤 기념공원 - 초곡항 - 세은정사 -

궁촌포구 - 사래재 - 동막리 - 부남마을 - 교가마을 - (덕산해변) 까지

23km를 6시간 걸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성난 파도가 출렁이는 동해 바다를 잠깐씩 스쳐갔던 이번 트래킹은

지난번에 걸었던 구간 보다는 한결 운치 있었다.


절터골에서부터 출발을 해야 했지만 해신당 공원과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장호항을 보기 위해 바닷길을 따라 걷는 길을 택했다.

트래킹 코스 그대로 절터골을 따라 걷기를 원하는 일행들과 헤어져 해신당공원앞에서 출발했다.

‘해신당 공원’말 그대로 ‘바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당이 세워진 공원’이라 생각하며

신남항에서 들어가는 입구에서 사진을 찍은뒤 공원으로 올라섰다.

입장료가 3.000원이었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해신당 공원 -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


남근숭배의 민속을 주제로 조성된 테마공원이다.

해신당과 남근조각공원, 삼척어촌민속전시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입구부터 뭔가 분위기가 심상찮다.

흠~흠~ ~~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닌데~

 단지 이건 조각공원인데 왜 그러냐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얼굴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보고 있기엔 많이 민망했으니까~




바다에 빠져 죽은 애랑의 신을 모셔놓은 곳, 해신당



 크게 심호흡을 한뒤 눈을 돌려봐도 온통 남근조각상들이다.

눈 둘곳도 없고, 같이 다니는 일행들의 짓궂은 농담조차 듣기 버거워

혼자 슬그머니 자리를 뜨고 말았다.



옛날 신남 마을의 애랑이라는 처녀가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매바위에서

해초를 캐다가 갑자기 거세진 풍랑으로 인하여 바다에 빠져 죽었는데

그뒤로 고기가 잡히지 않자 나무로 남근 모형을 깎아 처녀의 원혼을 달랬다.

이를 매바위전설이라 한다.

이후 해신당이 지어졌다.


애랑의 집으로 들어서는 길.

입구엔 붉게 타들어가는 백일홍 꽃길이 무척 아름답다.




방 안을 훔쳐보며 카메라를 들이댄다.



만들어놓은 조각상인데도 들여다볼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게 된다.




애랑의 집 위엔 덕배의 집이 있었는데

19금 이라는 푯말을 보니 차마 들여다 볼 엄두가 나질않아서 패스~


남근 조각 공원에는 경연대회와 국내외 조각가들의 조각품들이

곳곳에 전시가 되어 있었다.

많은 조각상들 중에서 그나마 보기에 조금 덜 민망한 사진 몇 장만 겨우 담아왔다.






해신당을 둘러보고 서둘러 나오는 길이다.






‘동해안의 나폴리’라 부르는 장호항의 아름다움을 기대하며 걷는 길.

아스팔트 길이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의 속삭임을 들으며 걷는 길이 아직은 즐겁다.





갈남 1리를 지난다.



도로 건너편으로 대한불교조계종 세은정사도 있었지만

해신당 공원에서 시간이 지체된 까닭에 그대로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의 장호항으로 들어선다.




먼저 장호항의 맑은 물빛이 시선을 끈다.




조금 서늘한 날씨인데도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고,

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파도를 따라 멀리로 퍼져 나갔다.





장호항의 일출 명소로 유명한 곳




좋은 풍경을 담기 위해 바쁘게 다니시는 노박사님의 외침에 올려다보는 일행들




저 멀리 바다위로 9월중 개통한다는 해상케이블카가 시험 가동중이다.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서 준비해온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삼척해양레일바이크 용화 정거장이 보인다.

마음 같아서는 레일바이크로 궁촌항까지 5km 정도를 타고 가고 싶었지만

걷기로 작정한 해파랑길 트레킹이었기에 아쉬움을 뒤로 남기고 걸음을 옮긴다.





갈매기떼가 노니는 한적하고 조용한 해변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미술에 소질이 있다면 자리잡고 앉고 싶을 정도로 예쁜 해변이다.



레일바이크 건널목이 보이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바이크는 전혀 보이질 않더니

운행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흐드러진 핑크빛 가우라(나비바늘꽃)가 지나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지천으로 핀 가을 꽃들이 참 예쁘다^^



마을을 따라 뒷산으로 오르는 길.

벌초 시기라 그런지 아님 주민들의 노고였는지

길을 따라 무성한 풀이 깎여져 있어서 걷기엔 무리가 없었다.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만큼의 풀숲을 따라 오르니

마을 뒤로 차도가 보인다.



다시 지루한 아스팔트 언덕을 오르는 길이 계속되고~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즐거움도 해파랑길에서 빠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안겨준다.

아름다운 용화해변




다시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산에서 떨어진 밤을 줍느라 즐거운 일행들



모퉁이를 돌아 내려서니 저 멀리 초곡항이 눈에 들어온다.



황영조 마라톤 공원이 저기인가~

올림픽 오륜마크가 유독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레일바이크 터널 앞에도 황영조 선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오른쪽 언덕을 따라 오르니 바닥에 황영조 선수의 발바닥 모양이 새겨져 있었다.

남자 발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발이 작았다.

이렇게 작은 발로 42.195km를 달려서 금메달을 땄다는게

보고 있으면서도 쉽게 믿기질 않았다.

정말 대단하다~





황영조 기념관도 둘러보고~



1992년 제 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황영조 선수를 기념하기 위해

황영조가 태어난 이곳에 공원을 만들엇다.

황영조 기념기를 세운 공원에서

도종환님의 ‘그는 파도처럼 달렸다...황영조를 위하여’

라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마라톤이라는 외로움과 홀로 싸우는 황영조 선수와 도종환님의 마음이 함께 전해져왔다.




포토존에 나란히 섰다.

1등이다 ㅎㅎㅎ~



초곡항을 지난다.




만지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가 유난히 곱다



초곡마을에 황영조 선수의 모친이 거주하고 계신다.

어디에서 왔는데 이리도 힘들게 걷느냐는 어르신의 말씀에

부산에서부터 통일전망대까지 걷는 중이라고 하니

황영조 어머니께서 펜션을 운영하신다며 힘들면 거기서 자고 가도 된다고

친절하게 말씀을 해주셨다ㅎㅎㅎ



 레일바이크 철길 건너 푸른 동해바다,

파도는 거칠었지만 바다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소나무 사이로 이제서야 레일바이크들이 하나, 둘, 셋...... 

한꺼번에 수십개의 바이크들이 떼지어 몰려온다.



힘들게 걷다보니 레일바이크... 타고 싶었다.

시간만 맞았다면~

부러우면 지는거라는데 ... 지고 말았다ㅠㅠ.




레일바이크 철길 옆 군함.

바이크를 타고 지나면서 보게 전시해놓았다.



궁촌 레일바이크 정거장으로 가는 쇠로 만들어진 다리.





삼척해양레일바이크 궁촌정거장에서

간식을 먹으며 지친 다리를 잠깐 동안 뻗어본다.



또다시 차도를 따라 오르고 내리는 길을 얼마나 걸었는지...

힘들었다.

묵묵히 발끝만 내려다보며 걷는다.



이른 가을, 기계로 동물들의 겨울 먹이를 준비하는 손길이 바쁘게 보인다.





동막교를 지나 개울 옆의 포장 도로로 들어선다.



지루한 포장길을 따라 약 6km를 걸었다.

왼쪽 축사에서 한우와 돼지 사육 농장에서 나는 악취로

머리가 지끈거렸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름다운 해파랑길을 왜 이런길을 선택했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먼 여행 휴유증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시작한 트레킹으로

발바닥과 허리는 터질듯 아파왔고, 이미 한참전에 지나간 일행들 걱정보다는

앞으로 걸어야 할 길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더 크게 엄습해왔다.



더이상은 못걷겠다는 생각에 털썩 주저앉고보니

저 멀리 부남교 위에서 후미 가이드님이 지켜보고 서 계셨다.

면목없고 죄송할뿐 ㅠㅠㅠ


참새를 쫓기 위해 마을 입구에 앉아 계신다는 할머니들께서

어디서 왔느냐고 또 물으셨다.

부산에서 왔다고 대답하는 순간 눈물이 쏟아질뻔 했다.

‘내가 지금 여기서 왜 이러고 있을까...’

지친다.



사진을 보니 황금 빛으로 물들어 가는 가을 들녘이 한 폭의 그림으로 보이지만

그때 내 머리와 눈엔 다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아픈 발가락 통증과의 싸움이었을 뿐~




해도 넘어갈 준비를 하는 어스름한 시간,

안간힘을 쓰며 걷는 길에 마음조차 무겁게 내려앉았다.



결국 교가 1리에서 걸음을 멈추었고

앞서 간 일행들을 태우고 돌아오는 버스에 오르게 되었다.

이건 아닌데, 아닌걸 아는데도 더이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