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차 해파랑길 트레킹, 부구 삼거리에서 절터골까지
2017년 9월 2일 토요일,
부구 삼거리 - 부구 해변 - 도화동산 - 삼척 갈령재 - 월천교 - 호산시외버스터미널 -
임원항 - 수로부인 헌화공원 - 임원삼거리 까지 23Km의 거리를 6시간을 걸었다.
이번 트레킹은 바다를 끼고 걷는 길보다는
아스팔트로 된 차도와 산길이 대부분이었다.
9월의 시작과 함께 맑은 하늘과 적당히 선선한 바람과 함께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부산에서 4시간을 이동하고 11시경, 부구 삼거리에서 출발을 했다.
▼ 바다를 향해 걷던 중 아담한 벽화가 예쁘다.
「하나 둘 나이를 먹어갈 수록
사랑을 받아 행복한 사람이기 보다는
사랑을 주어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라는 예쁜 글이 적혀 있었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싶기에~
▼ 이번 코스에서 쉽게 볼 수 없을 것 같은 바다,
부구해변이 나타났다.
저렇듯 맑고 깨끗한 가을 하늘과 짙푸른 바다, 그리고 소나무까지~
어디 한 곳 어울리지 않는 곳이 있을까?
▼ 바다를 지나 옛 7번 국도길,
본격적인 아스팔트 언덕을 따라 지루한 걸음을 옮긴다.
배롱나무가 덩실거리며 어깨 춤을 추던 그 길이 너무도 좋은데...
그런데도 힘이 들었다.
▼ 경상북도 울진군 북면 나곡리 산 14-23 나곡리에 있는
조선후기 관찰사 이보혁님의 유애비이다.
▼ 나곡리에서 갈령재로 올라가는 도로변의 오른쪽 밭 중앙에 자리하고 있었다.
시멘트로 단을 지어 구획하였고 비는 상단이 둥근 호패 모양의 월두형이며
우측 하단이 파손되어 있었다.
▼ 내면의 또다른 자아와 싸움중.
하지만 혼자가 아니었기에 걸을 수 있었던 그 순간.
곁에서 묵묵히 함께 걸어주었던 그림자와 함께~
▼ 경상북도를 상징하는 꽃인 백일홍이 하늘로 오르려한다.
살짝 시들어가는 꽃이었지만 아직도 곱기만 하다.
푸른 가을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배롱나무의 분홍꽃이 한폭의 그림 같았다.
▼ 도화동산에 올라 바라보니 청량한 날씨 덕분에
저 멀리로 동해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모두들 감탄했던 멋진 경치를 보니 그때 그 느낌이 되살아난다.
너무도 멋있었던 도화동산~
▼ 조금씩 지쳐가는 걸음으로 고갯마루를 향해 한 발씩 내딛는다.
▼ 경상북도를 벗어나 드디어 강원도에 접어들었다.
두 발로 걸어서 이곳까지 도착했다는 생각에 어느새 가슴이 뭉클해졌다.
▼ 낭만가도길,
아마도 여기서부터 강원도의 해파랑길이 시작되는것 같다.
▼ 삼척수로부인길에 접어들었다.
너무도 아름다웠던 수로부인을 위해 한 노인이
꽃을 꺾어 바치며 불렀던 노래라고 한다.
‘자줏빛 바윗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니,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비치오리다’
설화 속 사랑이 스며든 거리.
어쩐지 마음이 짠~해져왔다.
입구에는 ‘갈령재’와 ‘수로부인길’이 새겨진 정승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 산길을 접어들자 빨~갛게 물들어 가는 단풍나무가 보인다.
올 들어 처음으로 보는 단풍나무라 그런지 느낌이 새롭다.
수로부인의 애타는 마음처럼 붉게, 붉게 물들어 가겠지.
▼ 길을 잘못 들어서 다시 돌아와야했지만
아스팔트길이 아닌 흙길이어서 걷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하늘 저 멀리로 즐거운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던 시간.
▼ 잡풀이 무성한 산길을 걷는다.
팔에 뭔가가 쏜듯한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열이 나면서 욱씬 거리는 통증이 한동안 계속되더니
팔에는 아직 흉한 자국이 남아있다.
관리가 전혀 안되는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 원덕읍 월천 마을의 성황당 앞에는
둘레가 4.6m, 수고가 29m, 수령 500년이 된 거대한 소나무가 서 있었다.
▼ 강 너머 월전 가스 생산기지가 보인다.
▼ 발에 느껴지는 통증으로 다리를 끌다시피 걷는 길.
이날따라 왜이렇게 멀기만 한지 ㅠㅠ.
▼ 산줄기에서 내려온 물이 바다와 만나게 된다.
조금전에 지나쳤던 수로부인의 슬픈 이야기가 떠오르는 이유가 뭘까...
▼ 말이 없어진지 이미 오래다.
왜이렇게 지루하고 힘이 들까?
▼ 길을 잘못든건 아닌지 당황하던중 임원해변에 도착을 했다.
한꺼번에 두 구간을 걸으려니 아픈 발로는 역시나 무리인것 같다.
무슨 마음으로, 어떤 생각으로 걸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앞만 보며 한 발 한 발... 걸었던 생각밖에~
▼ 수로부인헌화공원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늦은 시간이라 들어가 볼 수가 없었다.
함께 했던 노박사님이 담아오신 사진 몇 장으로 대신한다.
▼ 발가락과 다리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버렸고
절터골을 1km를 남겨놓은 지점에서 먼저 도착한 일행들을 싣고 내려오는 버스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여름 휴가와 집안 행사로 두어 달을 쉬어버린 탓인지 너무 힘들기만 했던 이번 트레킹.
비록 힘들기는 했지만 성큼 다가선 가을과 손잡고 걸었던 시간들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