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 위해 편하게 읽을 거리로 집어든 책이었는데
뭐가 뭔지 정리가 되지 않고 오히려 머리만 더 복잡해질 뿐이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의 원제는 The Sence Of An Ending -
‘결말의 느낌’ 또는 ‘예감’이라고 되어있다.
노벨 문학상과 프랑스 콩쿠르 문학상, 그리고 맨부커상이
세계3대 문학상에 꼽히는데
그중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선택한 책이었다.
예술과 상업성을 사이에 두고 살짝 고심을 해보게 되었던것도 사실이다.
먼저, 책을 읽는걸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이 소화하기엔
뭔가 복잡하고 난해한 느낌이 먼저 들었고,
그리고 결말 부분은 전혀 예상밖의 반전에 황당하다는 느낌과
‘내가 생각하는 이게 맞나? ’하는 의문과 함께
한동안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1부에서 평범한 삶을 살았던 토니의 이야기는
특별히 눈길을 끌 만한 것은 없었다.
약간은 비툴어진 성격의 그저 그런 평범한 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2부에서는 뭔가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미처 간파하지 못하고 놓친 부분이 있었나?’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연결고리가 애매한 부분은 거듭 생각을 끄집어내야만 했다.
책을 읽었다면 토니의 성격이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마도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평범한 성격이라고 보여진다.
자기랑 사귀던 여자 친구가 친구랑 사귀게 되었다는 편지를 받았다면
누구나 다 그런 악담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그 평범함에서 시작해서 평범하게 끝이 났더라면
그건 또 너무 허무한 이야기가 되어질까봐
이야기를 그렇게 황당하게 결말 지어 놓은걸까?
아무튼 내 예감은 완전히 틀렸다는게 맞는것 같다.
맨부커상 심사 기준이 어떤건지 궁금해서 마지막까지 빠짐없이 읽었는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것 같다.
지금껏 몇번을 거듭해 읽을 수 있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던것 같으니까.
소설을 읽을때마다 ‘새로운 깊이를 드러낸다’라고 씌여 있었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책장을 덮자마자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었으니까.
이게 작가가 의도한 것이었다면 그는 충분히 성공한것 같다.
다시 읽었을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정리된채 책장을 덮게 되기를 희망하면서...
마지막 것은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다 -11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 시간은 우리를 붙들어, 우리에게 형태를 부여한다.
그러나 시간을 정말로 잘 안다고 느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지금 나는 시간이 구부러지고 접힌다거나, 평행우주 같은 다른 형태로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이론적인 얘길 하는 게 아니다.
그럴 리가, 나는 일상적인, 매일매일의, 우리가 탁상시계와 손목시계를 보며
째깍째깍 찰칵찰칵 규칙적으로 흘러감을 확인하는 시간을 말하는 것이다. -12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게 하려면 언성을 높이는 게 아니라 낮추어야 한다 - 59
결혼이란 처음에는 푸딩이 나오지만 그다음부턴 맛없는 음식만 나오는
식사라고 말한 적이 있다. -97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 101
향수라는 것이 뜨거웠던 감정들을 강하게 회고하는 것, 이제는 우리의 삶에
존재하지 않는 감정들에 대한 회한 같은 것을 의미한다면 - 142
왜 우리는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유순해진다고 생각하는 걸까.
잘 살았다고 상을 주는 게 인생이란 것의 소관이 아니라고 한다면, 생이 저물어갈 때
우리에게 따뜻하고 기분좋은 감정을 느끼게 할 의무도 없는 것 아닌가 - 144
젊을 때는 산 날이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온전한 형태로 기억하는 게 가능하다.
노년에 이르면, 기억은 이리저리 찢기고 누덕누덕 기운 것처럼 돼버린다 - 182
살면 살수록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점점 사라져만 간다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