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여친과의 첫 만남
거리에 흩날리던 벚꽃잎을 보며 미소 짓던 그 시간도 훌쩍 지나버리고
낮에 잠시 나가던 길에 둘러본 거리는 싱그런 연초록 잎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너무 짧은 봄꽃이었다며 가벼운 한숨과 함께 아쉬운 마음이 밀려든다.
결혼 허락을 받으러 온다는 아들 여자 친구와의 만남 때문인지
긴장을 하며 보낸 며칠간의 시간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며 설렘으로 두근거리던 시간이 지나고
아들 뒤로 긴장감에 잔뜩 굳은채 서 있는 낯선 얼굴 하나,
‘저 아이구나!’하고 생각하는 순간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네 온다.
우리 부부도 처음이고 아들 여자 친구도 처음이라 서로 서툴고 어색한 자리였기에
부담스러운 질문과 답보다는 편하게 저녁 먹으며 친해지자고 말을 건넸다.
조심스럽게 얼굴을 훑어보니 화장 뒤에 아직도 어려 보이는 얼굴이 보여
가슴이 뭉클해졌다.
저 아이들은 ‘결혼’이라는게 얼마나 큰 일인지,
‘처가와 시댁’이라는 어려운 현실과 맞닥뜨릴 생각을 해봤는지,
단지 두사람의 관계가 아닌 복잡하게 얽힌 일가친척들과의 관계 또한
얼마나 부담스러울지 저 아이들은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내 딸이었다면 아까워서라도 시집보낼 생각조차 못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키웠을지, 얼마만큼 사랑을 쏟았을지 알 것 같기에
문득 아들 여친 어머니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아무리 잘해줘도 낳아주신 엄마만큼이야 못하겠지만
내가 줄 수 있는 최대의 사랑으로
이 아이를 안고 토닥거리며 이젠 내 아이로 받아들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헤어지기 전, 부드러운 은승이의 손을 살짝 잡았다가 놓으며
가끔씩 보자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 오던 길에
왜 그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부족한 내 아들임을 알기에 같은 여자로서 느껴지는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어머님 아버님, 예쁘게 봐주세요~”란 글이
조그맣게 적혀있는 떡 케이크,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 이 또한 예쁘기만 하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님 생각이 난다.
틀어 말아 올려서 쪽진 머리와 작은 키에 단단한 체구의 근엄한 모습이었고,
그때는 눈 마주치는 일 조차 무서웠던 그 시절의 시어머님.
그때의 어머님도 지금 나와 같은 마음으로 나를 지켜보셨을까?
또 한 명의 가족이 늘어난다는 것~
그만큼 더 많은 노력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걸 알겠기에
지금 이 순간,
내게 더해진 ‘가족’이란 단어를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