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멍주

사천 단감 따러 갔던 날

천만개의 별빛 2015. 11. 9. 11:19

 

 

 

주말 내내 계속 내리던 비가 아직까지도 내리고 있다.

심각하기만 하던 가뭄 해갈에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

고마운 비라고 생각을 해야 되겠지.

 

특별히 할 일도 없는 월요일 아침,

가을 비 내리는 센치한 시간을 즐기는 이 시간이 더없이 좋기만하다.

 

지난 주중에 감 수확으로 한창 바쁜 엄마를 조금이라도 돕기위해 사천으로 갔다.

올해는 이상하게 감이 늦게 익는다며 서리 내기기전까지 감 수확을 다하지 못할까봐

안타까워하는 엄마의 한숨소리를 들으며 크게 도움도 못되어주는 몸이지만

해줄수 있는 일을 찾아 이틀을 거들어주고 왔다.

막내 동생과 둘이서 수확을 한다고는해도 여자들의 힘으론 무리일것 같아서

형제들이 번갈아가며 거들어주는 수 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이젠 좀 그만하시고 손을 놓으라고 해도 내년에는 안할거라는 말만

이미 몇 해전부터 들어오고 있다.

그게 언제쯤이 될지...

 

텅 비어 있는 집을 보고 밭으로 찾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감으로 가득찬 바구니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많이 안 열렸다더니 내가 보기엔 많기만 한데ㅠㅠㅠ.

 

 

 

그런데 단감은 아직도 많이 익지 않은것 같다.

 

눈으로 직접 보니 걱정하는게 이해가 된다.

 

 

 

 

 

 

 

 

그립던 ‘멍주나무’

 

늘 푸르고 건강한 나무였는데 곳곳에 낙엽으로 물들어있고 조금 야윈것 같다.

 

내가 아팠을 동안  멍주나무도 그만큼 아팠던 걸까?

 

‘너 아프면 안돼’

 

 

 

밭에서 친정 집을 바라본다.

 

아버지가 몸이 많이 안좋으실때 옛 집을 헐고 새로 지어서

 

고향집으로 들어가서는 몇 해를 감나무를 자꾸만 사다 심으셨다.

 

“우리가 죽고 없더라도 이 감나무가 있으면

 

자식들이 가끔씩이라도 찾아오겠지”하시며 심으셨던 감나무라는데

 

지금은 아버지의 빈자리만 덩그러니 남았고 대신 엄마가 이렇게 고생을 하고 계신다.

 

지금 아버지는 그걸 알고 계실까?

 

 

 

몸이 괜찮겠냐는 말에 흔쾌히 웃으며 걱정말라던 든든한 옆지기.

 

높은 곳에 달린 대봉감도 쉽게 따주고 무거운 바구니도 척척  들어 날라줘서

 

역시 남자가 있어야 된다며 엄마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사진 한장 찍어준다는 말에 블로그에 올릴 사진이란걸 알고는 그저 좋아한다ㅎㅎㅎ.

 

 

 

높은 가지를 꺾어주면 앉아서 자르는건 내 몫.

 

 

 

낮은 곳에 있는 단감을 따다가 주머니에 들어있던 예쁜 단감들을 보며~

 

좋아하는 단감을 실컷 먹고 싶긴한데 아직은 소화시키기에 무리일것 같아서

 

좀더 참기로 ㅠㅠㅠ.

 

 

 

 

무거운 바구니들을 집으로 옮겨놓고 보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엄마가 해야할 힘든 일을 대신 해준것 같아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마당은 여기저기서 주문 받아놓은 택배 상자들로 가득하다.

 

 

 

곶감용 감나무 가지를 매달아 말리기 좋게 잘랐다.

 

 

 

점심 준비를 하던  엄마가 놀라기에 들여다보니 계란 4개를 깨뜨렸는데

 

노른자가 두 개씩 들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비가 많이 온다는 말에 뒷 정리까지 말끔하게 해놓고

 

여기저기 선물할 감 상자들을 뒷자리와 트렁크 가득 싣고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비 오는 일요일.

 

피곤한 몸을 뜨겁게 달군 침대에 누웠다가 자다가

 

또 일어나서 곶감 감을 깎다가...

 

저녁 먹고 난 다음에야 겨우 마무리 한 감 깎는 일.

 

달콤한 곶감을 생각하면 지루한 일도 감수해야하는데

 

그래도 뭐든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것 같다.

 

 

 

남는건 실에 줄줄이 엮어서 빨래 건조대에 주렁주렁 매달아놓고

 

이젠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햇살에 잘 마르기만 기다리면 될것 같다.

 

 감 따주는 일 조금 거들고 몸은 힘들지만 부족한 손길이라도 거들어 주고 오니

 

엄마가 한결 편해졌을거라는 생각만으로 기분은 좋아진다.

 

비 오는 날이라도 좀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는데

 

시골생활이란게 그렇게 만만한게 아님을 아니까 더 마음이 애잖해진다.

 

그런데 엄마는 도리어 내 걱정을 하며 몸은 괜찮은지 전화를 해 오신다.

 

나보다는 연로하신 엄마가 더 걱정되는데.

 

언제쯤이면 이 걱정들을 다 접어둘수가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