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좋은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박민규

천만개의 별빛 2015. 10. 8. 00:28

 

 

 

감기 몸살인지 며칠을 끙끙대며 앓았다.

약기운으로 잠들었다가 다시 깨기를 반복하다가 지루한 시간을 이기기위해

가벼운 읽을거리를 찾다가 손에 들은 책,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소설책이라 편하게 읽을거라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마음이 더 무거워짐을 느껴야했다.

뭐라고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그 기분...

내가 왜 그랬는지도 모른채

몇 마디 말조차 하지 않고 무거운 침묵으로 보낸 며칠.

저녁 준비를 할 생각도 못한채 시간은 흘렀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다음

왜 이렇게 마음이 언짢아지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손끝에서 끝이나는 한낱 소설일지라도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왜 그렇게 끝맺음을 해야했을까...

 

못생긴 여자와의 사랑이야기.

못생겼다를 넘어 심하게 못생긴 여자인 그녀의 꼭꼭 닫힌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게 해준 그의 마음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어머니를 보며 살아오는 동안 쌓여있던,

단지 그것만은 아니었을거라 생각해본다.

외모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있는 현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내면에 숨겨져있는 많은것들을 발견해 낼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늘 찾아가던 그 자리, 그 거리를 떠올리며 나의 청춘도 되짚어보게 되는 날.

예쁘다와 아름답다는 기준을 생각해보며 그래도 좋은 책 한 권과

친구가 되었던 시간들을 결코 잊지못할 것 같다.

 

 

 

예전에 어디선가 인디언 속담이라고 읽은 기억이 나지만

그때의 느낌과는 또다르게 다가오는 인디언 잠언집의 한 구절.

자기 모습보다는 그림자가 더 예쁘다는 그녀의 말이 생각난다.

아마도 그녀의 영혼은 훨씬 더 맑고 아름다울거라 생각해본다.

 

 

스무 살의 남자는 AM라디오와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다.

아무리 채널을 돌리고 고정해도 여자라는 이름의 전파를 잡을 수 없다.

잡지 못한다.

.

.

스무 살의 여자 역시, 남자가 수신할 수 없는 전파와 같은 것임을 안 것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서였다.

 

 

켄터키 치킨에서 보낸 그와 그녀와 요한이 나눈 많은 이야기들.

동정과 호의와 연민을 앞에두고 갈등하는 그의 마음에서

그녀를 배려하는 그의 마음 깊숙이 깔려있던건 물론 사랑이었겠지만...

 

 

좋아하는 음악을 모아 녹음을 해서 테이프로 만들곤 하던때가 그 시절쯤이었다.

어느날, 집으로 돌아올때쯤 주머니에서 꺼내며 건네주던 

영화음악 주제곡 테이프를 선물로 받고

나는  출근을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심지어는 잠을 자면서까지 늘 듣던

그 테이프가 점점 늘어지더니 결국은 마이마이속에서 찝히고 말았다.

긴 줄을 빼서 다시 끼워보기를 몇 차례.

결국은 망가져버린 낡은 테이프를 보며 울음이 터지고 말았던

그 시절의 어둡기만했던 생활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책을 읽는동안 이따금씩 나오던 비틀즈의 좋은 음악을 찾아 들으며

 지금은 가물가물한 그 테이프속 음악들이 문득 생각난다.

그도 기억을 할까?

 

‘젊음’이었던 그 시절의 20대와 지금 내 아이들이 보내고 있는 20대를 비교해보며

많이 변해버린 가치관과 더불어 변질되어버린듯한‘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