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멍주

엄마와의 하루

천만개의 별빛 2015. 3. 4. 10:56

 

 

차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바라보며 찾아간 엄마 곁.

 혼자  아픔과 싸우며 외로이 지새웠을 시간들이 안타까워

부실한 몸을 이끌고 엄마를 찾아갔다.

소독 냄새가 진동을 하고 환자들로 어수선한 병원을 들어서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도착한 곳.

복도 저 끝에서 긴 링거줄을 달고 웅크리고 서서

 굵은 눈송이가 내리고 있는 창밖을 바라보며 홀로 서 있는

엄마의 굽어가는 등을 발견한 순간 왈칵 쏟아지는 눈물.

“엄마”하고 부르며 추운데 왜 나와있냐며 가만히 안아드렸더니

네가 어쩐 일이냐며 깜짝 놀라면서도 이내 얼굴엔 화색이 돈다.

예기치 못한 딸의 방문이 그렇게도 좋았던 걸까

사춘기 소녀들처럼 깔깔거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웃고

마침 티브이에서 재방송하고 있던 이미자 장사익 특집 콘서트를 보면서도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또 노래에 얽힌 이야기들로

눈이 반짝거리는 엄마와는 달리 이미자 노래를 좋아하지도 않는

내가 듣고 있기엔 지루한 느낌이 많이 들었지만

늙으신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며

같이 호응해주는 일 밖엔 없었다.

 

링거줄도 빼낸 지루한 오후,

갑갑해하시는 엄마를 위해 가까운 시장으로 잠시 나들이 갔던 길.

환자복 위에 두꺼운 점퍼를 껴입은 엄마와 팔짱을 낀 채 걸으니

예전엔 나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컸었는데 

이젠 왜 그렇게 작아 보이고,

비에 젖은 어린 새가 파르르 떨고 있는것처럼

자꾸만 불쌍하게만 느껴지는지...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세월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여자는 해지고 어두워지면 나다니는 거 아니라며

굳이 등 떠밀어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터미널에서 표를 사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고

버스에 앉았을 때 걸려온 엄마의 전화.

순간 뭐 빠뜨린 거라도 있나...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으니

“집으로 가는 길이 좋긴 좋나 보네.

뒤돌아보면 손이라도 흔들어주려고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뒤도 한 번 안 돌아보고 가더라 ”하셨다.

.

.

.

나보고 어쩌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맘 편하게 집으로 가냐고 울먹거렸더니

그게 아니라 찾아와 줘서 고맙다는 말 하려고 전화했다며 웃으셨다.

그건 고마워할 일도 아닌데 엄마는 당신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셨나 보다.

그냥 하루만 엄마 곁에서 자고 올걸 그랬나... 하는 생각에

후회와 미안함에 내 마음도 저물어가는 창밖만큼 어두워졌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도 그렇게라도 자식들 얼굴 보는 일이 고맙다는 울 엄마.

“내가 지금 죽어도 아무런 여한도 없는데 단 한 가지,

내 자식들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제일 가슴이 아플 것 같다”던 엄마.

 

또다시 아침 해가 쨍~하게 떠올랐다. 

엄마가 젊었을 때처럼은 안 되겠지만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일상으로 돌아가기만을

이 아침, 소박한 소원으로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