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다...텃밭

매실나무 가지치기하던 날

천만개의 별빛 2015. 2. 3. 10:39

 

 

 

춥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루기만 했던

매실나무 가지치기를 시작한지 이틀 째.

작년에 이미 많이 잘라 준 가지였지만 이른 봄, 열매를 다 내어준 나무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로만 자라나더니 어느새 이렇게 많이 자라서 

겨우내 꿈꿔왔을 예쁜 꽃봉오리를 맺은채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퇴직하면 공기  좋은 곳에 집이나 지어서 살자고 시작한 일이

이렇게 크게 되어버렸으니 안할 수도 없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조금씩 가꾸다보니 아직은 어설프긴 하지만

그래도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농부의 모습을 닮아가는 옆지기를 보며

뿌듯해지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켜본 날.

 

저 많은걸 언제 다 하나...싶어 걱정이었는데  올해도 과감하게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주고 좀더 일하기 쉬운 수형을 잡기위해 틈틈이 공부하며 노력한 덕분에 

 아마도 몇 년 후엔 멋진 매실밭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옆지기의 손에 든 작은 톱에 의해 봉오리를 맺은채 잘려나간 가지를 바라보니 있으니

곧 예쁘게 꽃을 피웠을 아이들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게 된 날.

게으름 피우지 말고 좀 더 일찍 잘라주었더라면

이렇게 마음 아프진 않았을걸.

 

 

바쁜 일손을 보탠다는 마음으로 잘려진 가지 정리하는걸

도와준다고 거들다가 짜릿한 통증에 손을 보았더니

오른쪽 검지 손톱이 가지끝에 걸렸는지 반쯤 찢겨져 있었다.

얼마전 친정 엄마와 자매들이 함께 여행간다며 들떠서

매니큐어를 칠하고는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손톱이 가지에 걸렸나보다.

가만있는게 도와준다는걸 왜 모르냐며 핀잔을 주는 옆지기에게

도움도 못되는것도 미안하고 신경쓰이게 한 것도 미안하고

한동안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졌던 순간.

세상이치가 다 그런것 같다.

웃자라고 나무의 성장에 걸림돌이 될 가지는 과감하게 잘라내듯

어떤 일이든 필요한게 아니면 잘라내고 버려야 한다는걸.

하지만 살다보면 그게 마음대로 안될때도 있겠지.

그게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