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리다...밥상

빨간 배추로 담근 물김치와 초록배추로 담근 백김치

천만개의 별빛 2014. 11. 22. 14:54

 

 

겨울이 다가올수록 하나씩 준비해야 할  일들이 늘어납니다.

따뜻한 겨울 옷가지들과 밭에서 수확해온 재료들을 쪄서 말리고,

그중 김장준비는 특히 더 중요하고 신경 쓰이는 일이겠죠.

 

8월, 종묘상에 배추 모종을 사러 갔던길에

 빨간배추씨앗을 한 봉지 사서 뿌려봤습니다.

빨간 배추에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고

일반 배추보다 페놀산이 10배 이상 많다고 합니다.

페놀산 성분이란 활성산소의 영향으로 인한 세포의 손상 등을 막아주는

황산화 성분이라고 하네요.

이외에도 항노화, 항암효과, 심혈관 질환에도 좋은 성분들이 풍부하다고 합니다.

이번에 수확한 빨간배추를 보니

정말 붉은빛이 아닌 붉은빛과 진보라의 중간 정도의 색깔인 것 같고요.

밭에 갈때마다 제일 먼저 둘러보는 게 빨간 배추가 자라는 모습이었어요.

생각보다 많지않았던 씨앗인데 자라는 속도도 일반 배추보다는

좀 더 늦는 것 같았고 배추 속도 꽉 차지는 않았고

겨우 10포기 정도만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빨간 배추 씨앗을 손에 들고는 예쁘게 물김치를 담글 생각에 한껏 부풀어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색감이 고운 빨간 배추 물김치를 담궈서 맛을보게 되었습니다.

같은 날, 빨간배추 물김치와 일반 배추 물김치를 담가서 익힌 뒤 

두 가지의 맛을 비교를 해보았더니 빨간 배추로 담근 물김치가 갓김치처럼

톡 쏘는 청량감이 조금 더 높은 것 같고 식감은 조금 더 단단한 느낌이 드네요.

직접 씨를 뿌리고 키워서 김치의 완성까지 기대도 많았고

설레었던 생각을 하면서 맛있게 먹게 된 빨간 배추로 담근 물김치...

배추의 겉표면은 생각만큼 아주 밝은 빨강이 아니었고

잘라보니 속이 더 붉은빛이었습니다. 아주 진한 진달래색.

아무튼 배추의 붉은 빛깔이 주는 시각 때문인지

맛있겠다는 느낌보다는 살짝 거부감이 드는 건

초록 배추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일지도...

식탁 위에 올려놓으니 화려한 색감에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다가와 앉던

가족들의 반응도 예쁘다는 말과 함께

아~ 맛있다는 말도 함께 나오네요ㅎㅎㅎ.

 

 

 

 

빨간 배추 씨앗을 뿌리고 겨우 입장이 몇 장 붙었을 때의 모습이랍니다.

생각만큼  쑥쑥 잘 자라주지를 않네요.

과연 제대로 된 배추를 보게 될까... 하는 의문도 들었고~

 

비가 온 다음날이라 흙탕물이 튀어서 얼굴이 예쁘질 않네요.

 

 

 

조금씩 속이 차면서 잎이 모여드는 모습입니다.

배추보다 주위의 잡초들이 더 빨리 자라는 것 같아서 보기에 좀...

 

 

 

벌레 때문에 약을 쳐야 한다는 옆지기와 몇 번의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무공해로 키웠더니 벌레들이 남겨놓은 저 많은 흔적들,

그래도 가족들이 먹을 김치인데 벌레들도 먹을 만큼

안심하고 먹을 수가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대만족이랍니다.

 

 

 

소금물에 담갔다가 다시 굵은소금을 솔솔 뿌려서

김장배추와 함께 빨간 배추도 숨을 죽이는 중이랍니다.

 

 

 

빨간배추 물김치에 들어갈 속재료(배, 당근, 노란 파프리카, 부추, 마늘, 생강즙)를 

준비해서 채를 썰어서 새우젓으로 살짝 밑간을 해두었습니다.

 

 

 

조금 더 절일까 갈등하다가 그냥 씻었더니 조금 덜 절여진 느낌이 드네요.

배추 포기가 그렇게 크지가 않아서

한 끼에 먹고 치우기 좋은 것 같아 오히려 더 나은 듯합니다.

 

 

 

준비한 재료들을 배춧잎 사이사이에 켜켜이 잘 넣어줍니다.

 

 

 

속재료들이 빠져나오지 않도록 겉잎으로 잘 말아서

통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찹쌀풀을 끓여 식혀서 소금 간을 한 뒤 통에 적당하게 부어주면 되겠죠.

 

 

 

다음날 보니 이렇게 빨갛게 물이 들어있네요.

 

 

 

실온 보관 이틀 뒤에 잘 익은 김치를 썰어보았습니다.

자꾸만 짙어지는 김칫국물색깔이에

더 이상 붉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너무 과한 색감에 살짝 거부감이 드네요.

개인적인 생각으론 먹기 전에 생수를 조금 섞어서 그릇에 담아내면

색깔이 정말 예쁠 것 같아요.

 

 

 

켜켜이 넣은 속재료들이

빨간 배추와 잘 어울리고 화려하고 예쁘죠?

국물을 먹어보니 쨍~하고 속까지 뻥 뚫리는 게 정말 맛있네요.

 

 

 

일반 배추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좋다는데 제가 먹어본 느낌으로는

약간 더 단단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 년 동안의 결실이 이렇게 예쁜 음식으로 맛있게 먹을 수가 있으니

이만하면 성공한 한 해 농사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일반 배추로 담근 백김치.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이 역시 배추는 초록배 추가 나은 것 같고

시원한 맛은 빨간 배추가 훨씬 더 나은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