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꾸다...텃밭

한 알 한 알 콩을 고르며, 생각을 고르며

천만개의 별빛 2014. 11. 16. 17:01

 

 

고요하기만한 주말,

 밭에서 가져온 배추로 혼자 20포기 정도의 김장을 하고나니

아무래도 조금 무리가 있었는지

종일 으슬으슬 밀려드는 한기에 몸을 잔뜩 웅크린채 보낸 하루였습니다.

집안을 따뜻하게 온도를 높여높고 얇은 이불까지 두른채

도를 닦는 마음으로 수확해온 콩을 가리다보니 하루가 가만히 흘러갔네요.

봄부터 마른땅에 구멍을 내고 씨앗콩을 두 알씩 밀어넣고는 

흙으로 구멍을 살짝 메꿔주는것으로 끝이었는데

햇살 따가운 여름기운을 듬뿍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서

한 잎, 두 잎, 잎장을 달며 쑥쑥 커서

꼬투리가득 튼실한 아이들을 담고 자라더니

어느새 이렇듯 굵은 콩을 손에 쥐게 되네요.

 

 

비록 많지는 않지만 이것도 농사라고

혼자서 먼지 덮어쓰며 콩타작을 하고 있는 옆지기.

 

 

바짝 마른 꼬투리를 두드리는 제법 농부같은 모습을 보고있노라면

귀촌을 꿈꾸는 마음에 더 깊은 확신을 심어주는것 같아요.

 

 

큰 가지를 차례로 걷어내고 마지막으로

바구니에 콩을 담아 바람에 흔들어 찌꺼기를 날려보내며

어느듯 마무리를 해나가는 중이랍니다.

 

옆지기 말로는 다섯되는 나올것 같다고 하는데..

 

 

김장도 끝내고 한가한 시간,  햇살좋은 거실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하나하나 고르는 일만 남아있네요.

 

 

해마다 이맘때면 해왔던 일이라 큰 부담없이

오늘도 하나하나 고르는 작업을 시작해봅니다.

귀찮아서 이런걸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더러 받지만

마음을 비워가며 하나하나 고르다가보면 어느새 깨끗해진채

수북이 쌓여가는 콩을 보면 부자가된듯 뿌듯해지는 마음...

꼼꼼한 성격도 있지만 즐기면서 하는일이 아니면 절대로 이해못하겠죠.

 

 

한 알, 한 알 골라내는 콩알과 함께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념들과 어지러운 마음들을 모조리 꺼내어

골라내고, 골라내고, 골라내서 내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마음과

이도저도 아닌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몇 번의 손길과 몇 번의 생각을 거쳐

과감하게 정리를 하고나면

 

 

이렇듯 깨끗하고 예쁜 모습으로 바뀌어

꼭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존재를 빛낼수 있는

한 알의 콩알같은 삶을 살아가자는 생각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길게 꼬리를 남기며 저물어가는 햇살이 아름다운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