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멍주

아버지가 남겨놓으신 흔적들을 보며

천만개의 별빛 2014. 10. 30. 21:13

 

 

주말쯤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소식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해보니

 엄마 혼자 고생을 하고 계시는것 같아서

쉬는 날을 맞은 옆지기와 함께 찾아간 친정집.

마당엔 한가득 따놓은 감바구니로 가득하고 건너편 밭에 서서

집으로 들어서는 자동차를 보고서 손을 흔들고 계시는 

엄마 모습을 볼수가 있었다.  

준비해간 점심을 그대로 들고 올라가봤더니 허리도 펴지 못하고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반가운 웃음을 짓고 계신 엄마를 보니

속상하기도 하고 측은한 생각에 또 마음에도 없는 짜증을 부리고 말았다.

“엄마는 그 몸으로 어쩌려고 이러고 있느냐고,

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겠다..고”

바쁠텐데 뭐하러 왔느냐며, 혼자서 살~살 하면 되는데

비가 온다는 말에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며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반가워하시는 모습에 마음 한켠이 먹먹해져왔다.

엄마혼자 이런줄 알면서도 제때 찾아가서 도와줄 생각은 못하고 있었으니...

 

단감으로 유명한 마을답게 온~마을이 노랗게 익어가는 단감으로

알록달록하게 물들어 있었고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다.

그래도 조금 젊은 사람들이(?) 있는 집과 할아버지라도 계시는 집은 

걱정이 덜하겠지만 엄마처럼 연로하신 할머니들만 계시는 집에서는

짧은 잠시 동안의 수확철에는 날씨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서리가 내려 감이 얼기전에 따 나르느라 정신이 없는 시기였다.

시간되는 사람들은 자주 들여다보며 도와드리자고 말은 해놓고도

다들 생각처럼 쉽게 갈수가 없으니 늘 마음이 무겁게 살수 밖에.

 

자식들에게 택배로 보낼 생각에 상자 가득 담아놓고 있는 단감들.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는 감밭을 둘러보니

한 해동안 얼마나 힘들게 일하셨는지 대충 짐작이...

 

 

수확전 뽀~얗게 화장을 한것 처럼 분이 묻은 고운 얼굴들.

 

 

 

 

 

아버지 살아계실 때 묘목장에 들러 자꾸만 묘목을 사오셔서

심는다는 말씀에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고 물으니

“우리가 죽고 없어도 이렇게 감나무를 심어놓으면

너희들이 가끔이라도 와서 들여다보겠지”하시던 아버지.

그때는 그 말씀이 그렇게 듣기 싫고 화가 나더니

이제야 조금씩 그 마음이 이해가 되니 참 철없는 자식들인가 보다.

 

 

그렇게 심어놓은 감나무들이 이렇게 훌쩍 자라 제 한 몸 감당도 못할만큼의

많은 감을 달아 가지가 휘어져서 찢기는 고통까지 감내하고 있는데

정작 아버지는 계시지가 않으니...

해마다 이렇게 빨갛게 감이 익어갈때면 아버지가 보고싶어지겠지.

 

 

조금 늦은 시간까지 선별기를 돌려서 다음날 택배로 보낼

박스 포장까지 끝내 놓고 엄마를 모시고 나가서 맛있는 저녁을 사 드린뒤

집에 모셔다 드리고 늦은 시간에 집으로 올 수가 있었다.

이젠 그만 좀 하시고 다 내려놓고 편히 쉬셨으면 좋겠는데

자식들이 생각하는 마음처럼 따라주시질 않으니

항상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볼수 밖에 없는 마음을

이해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는데...

덩그러니 혼자 남겨두고 돌아서 올때의 마음은 이렇듯 아파하면서도

좋은 말, 따뜻한 말 제대로 한 번 못하고 짜증만 부리고,

무조건 일을 그만두라는 말이 최선이 아닐텐데도

 힘들어하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자꾸만 그만두라는 말만 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는게 엄마와 멀리 있는 자식들을 위해 최선의 방법인지

답은 없지만 아직까지는 마음편히 해드리는게 최선의 방법일것 같은데

그래도 이렇듯 마음이 어지러운건 아직 내가 철이 덜 든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