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이면 아릿해지는 마음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하루 종일 누워있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창밖으로 마구마구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고 서있으니
친정엄마 생각이 났다.
왜 엄마는 꼭 이런 기분일때 생각이 나는지.
몸이 안좋을땐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눈물부터 나는데...
할까 말까 잠시 망설인끝에 엄마와 통화를 했다.
그곳도 저녁부터 비가 많이 온다며 밥도 맛있게 많이 먹었고
비가 와서 덥지도 않고 잘있으니 걱정말라는 말씀만 하신다.
일부러 한 톤 높여 밝은 목소리로 통화를 해서인지 더이상은 묻지를 않으셔서
다행이라 여기며 밤에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꼭 연락하라는
말을 하고 끊은 전화.
얼마전 지나간 엄마 생신.
무더운 여름이라 항상 힘들어 했지만
다행히 올해는 음력이 조금 빨라서 조금 일찍 생신을 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처음 맞는 엄마 생신이었고
엄마 몸 상태가 별로 좋지가 않아서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기로 하고 모두 친정집으로 모였다.
생신날 아침, 주방에서 밥이며 국을 끓이다가 안보이는 엄마를 찾아
나가봤더니 마당 한켠에서 불을 피워서 생선을 굽고 계셨다.
더운데 뭐하시냐고 했더니
숯불에 생선 몇 마리 구우려고 했더니 이놈의 연기때문에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하시며 슬쩍 눈물을 훔치고 계셨다.
... ... ... .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왔다.
엄마는 당신 생신날 아침에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혼자 몰래 눈물훔치며 아버지가 좋아하셨던 불에 구운 생선을
또 그렇게 굽고 계셨던 것이었다.
자식들 아무도 생각지 못했던 사소한 부분까지도
엄마는 그렇게 아버지를 생각하며 살아가고 계셨던거였다.
날도 더운데 뭐하러 그러느냐고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가만히 내버려 두는게 엄마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것 같아서
더이상 아무말도 못하고 맛있겠다며 사진찍는다며
은근슬쩍 분위기를 바꾸고 말았다.
뜨거운 생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맨손으로 뒤집고 계신 엄마는
아직까지도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그렇게 살고 계셨던 것이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할땐 생각나지도 않던 엄마가
조금 힘겹고 우울할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내가 엄마 딸이고 엄마가 내 엄마라서 그런거겠지.
무더운 여름 엄마 생신날,
우린 그렇게 엄마가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로 구우신 생선을 맛있게, 아주 맛있게 먹고
케잌에 불을 붙여 생신축하노래를 불러드리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저녁,
홀로 계시는 엄마에게 전화 한통 해드리는게
고작 내가 해 줄수 있는 일.
겨우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무척 고맙다고 하신다.
늙어 주름진 엄마의 손을 보니 또다시 가슴이 아려오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