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멍주

싱그러운 5월에 내려다본 고향 풍경

천만개의 별빛 2014. 5. 19. 21:42

 

 

아버지를 뵙고 내려가던 길에 바라본 5월의 마을 풍경

 

 달콤한 단감을 많이 재배하는 친정 마을은

“별 그리고 단감”이라는 상표가 찍힌 박스가 가을이면

집집마다 가득 쌓여있을 정도로 단감을 많이 재배하는 마을로 유명한 마을답게

 온통 싱그러운 감나무잎으로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5월의 마을 풍경이 너무도 평화로워보여서 휴대폰으로

찍어봤더니 참 정겨워보인다.

읍 소재지에서도 제법 더 들어가야하는 시골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잘 포장되어있는 도로와 뭉텅뭉텅 잘려나간 산허리때문인지

자동차로 10분만 들어가면 도착을 하니 세월 참 좋아졌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씻고 읍내로 들어가는 첫차를 타야만 학교에 갈수 있었던

그 시절엔  한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버스가 끊겨서

무릎까지 푹푹 쌓이는 눈길을 헤쳐서 학교에 도착하면 눈때문에

쉰다는 말에 허탈해하며 다시 그 먼 눈길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던

아찔했던 순간들도 지금 돌이켜보면 참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발에는 동상이 걸려서 할머니께서 해주시던 이상한 민간요법도 기억이 나고...

 

머리에 찬바람이 서늘하게 부는것 같은 느낌에 잠도 설치고

마음도 아팠고 가을날 퍼석이는 낙엽위를 걷는것 같은 느낌으로 지내다가

시골로 내려가 친정엄마와 함께 보낸 며칠의 기억.

엄마가 아픈줄도 모르고 나만 아픈척, 힘든척하며 보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버지를 보내고 홀로 남겨진 엄마는 나보다 더, 훨씬 더 많이 아파하고 계셨다.

119 구급차를 불렀다가 안탄다는 엄마말에 다시 택시를 타고 응급실로 달리던 밤길.

혼자 중환자실 밖에서 떨고 있었던 나,

그 시간에 내가 할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오직 생각나는건...

 

아직도 머리가 서늘해짐을 느끼며 등에는 뜨거운 난로를 얹어놓은듯

화끈거리는 열기로 얼굴까지 달아올라있고 아직까지 온전치못한

몸과 정신으로 겨우 버텨가고 있다.

이 나이 되도록 나만 힘들고 나만 아픈줄 알고 살아왔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바보같다는 생각만 든다.

 

지금 친정집 담장위엔 뜨거운 5월의 햇살과 함께

향이 진한 붉은 장미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데

그렇게 좋아하던 줄장미를 보지도 못한채 엄마는 아직도 병원에서

가녀린 두 팔엔 링거줄을 주렁주렁 달고서 가죽만 남은채로 깨어나서는

겨우 묽은 미음만 조금씩 넘겨가며 또 자식들 걱정으로

집으로 가라는 말만 계속 하고 계셨다.

그 마음을 이해는 하면서도 또 그런 엄마를 보면서 화가나고 짜증이 난다.

날아다닐만큼 좋아졌다는 말씀에 마음이 놓이기는 하지만

어쩔수 없는 불효자식으로 또 내 아이들과 남편 챙기는게 먼저가 되어버린 나란 사람.

 

언제쯤이면 철이들어서 늙으신 엄마에게 힘이 되어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