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이른 아침, 다급한 엄마의 전화에 놀라서 깬 아침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구급차 불러놨다는 소식에
채 마르지도 않은 옷가지들을 몇 가지 챙겨넣고서
부리나케 친정집으로 차를 달렸다.
설 날, 한차례 응급실에 다녀오고는 괜찮다고 안심하고 있었던터라
그 다음날인 시어머니 제사도 아무 걱정없이 다녀왔는데
갑작스런 전화에도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내려갔었다.
생각했던것보다 전혀 의식도 없는 아버지를 붙들고 눈이라도 좀 떠보라고 흔들어 보기도하고
울어도 보다가 손만 쓰다듬으며 이틀을 지낸후
아버지의 가슴위를 쓰다듬고 있던 손에서 심장박동이 멈춤을 느낀순간
모든게 끝나고 말았다는 싸늘함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이미 병원측으로부터 언질을 받아서 알고있었던 일이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쳐오니 머릿속이 캄캄해지며 아무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하는 아버지를 저멀리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말았다.
명절, 무리를 해서인지 갑자기 몸이 많이 좋지가 않았던터라
장례식장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와 주사,
그리고 약물에 의존하며 겨우겨우 버티다가 쓰러지기를 몇 차례.
무슨 생각으로, 무슨 마음으로,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정도로 기억이 흐릿할 뿐.
잘해드린건 하나도 기억이 없는걸 보면 얼마나 모자란 자식이었는지...
출상일 새벽 잠깐 잠이 든 엄마의 꿈에 나타나서
환하게 불을 밝히며 대문밖을 나서더라는 말에
좋은 곳으로 가셨을거라 믿으며 이젠 혼자서 살아가야하는 엄마에게
남은 효도를 다하리라 다짐을 해본다.
그 몸으로 산에는 못따라간다는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아버지 가시는 마지막 길까지 용서와 사랑을 전하며
먼 길 떠나시는 아버지곁을 지킬수가 있었다.
지금도 차가운 땅속에 누워 계시는 아버지와
불꺼진 넓은 집에 혼자 계시는 친정엄마 생각에
가슴이 저려오지만 남은 시간이라도 전화 자주 드리고
또 자주 찾아가보는게 자식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식사는 하셨는지, 방은 따뜻한지, 오늘은 뭐했는지
그리고 엄마가 즐겨보시는 일일드라마 이야기를 두서도 없이 하다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바쁘실텐데도 먼 곳까지 찾아와주시고
같이 걱정을 해주신 많은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